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 상반기 유료화를 시범 운영하기 위해 올해 안에 고객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전산체계를 구축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유료화에 대비해 고객관리통합시스템을 올해 구축할 것"이라며 "유료화에 따른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오는 12월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를 구축해 박물관 이용 통계 등 관람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분석하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온라인 예약·예매시스템을 개발 및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유 관장은 "기본적으로 관람 인원을 줄이기 위해 유료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무료로 들어왔을 때보다 관람 태도가 사실상 유료 관객이 더 진지하게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유 관장이 추진하는 박물관 유료화가 돈 문제가 아닌, 문화에 대한 가치 평가의 문제라는 소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현재 무료로 들어오지만 관람 질서, 태도가 방만하다는 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문화를 향유하는 국민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편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 속에서 유료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박물관은 올 상반기 중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일정이 1년 가량 늦어졌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사전 예약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현장 발권, 정보무늬(QR코드) 이용 등 포괄적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방향을 틀었다"며 "올해 후반기 개발을 완료해 내년 상반기에 시범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유 관장은 단순한 '보는 박물관'을 넘어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함께 참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앙박물관은 올해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미래 관람 환경과 경험의 혁신 △K-뮤지엄 자원의 가치 확장과 세계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박물관 구현이라는 3대 전략 및 6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앞서 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인 관람객 650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 3대 박물관에 올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올해는 더 나아가 관람객 경험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단계별 운영 혁신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 관장은 "올해 1월 한 달 입장객이 67만 명으로, 매주 16만 명씩 들어왔다"며 "이는 지난해보다 30% 더 많은 수치로, 이대로면 700만 명을 넘을까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지난달에는 이순신전, 인상파전을 열었기 때문이지만, 올해 650만 명은 아니라도 600만 명까지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다음 달인 오는 3월 16일부터 개관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5시 30분으로 조정해 관람객 밀집도를 분산한다. 기존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관했는데, 앞으로 개·폐관 시간을 30분씩 앞당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관람객이 급증한 점을 고려해 휴관일을 늘려 박물관을 정비하기 위한 시간도 마련한다. 기존에는 매년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에만 휴관했지만, 앞으로는 3·6·9·12월의 첫째 주 월요일에, 총 연 4회 추가로 휴관하기로 했다.
또 8월에는 옥외 편의시설을 확충해 박물관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재정립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는 어린이박물관을 현 규모의 약 2배로 확장 건립한다.
대중성과 학술성을 아우르는 특별전, 상설전시의 전략적 재구성, 참여형 문화행사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의 주체가 되는 박물관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상설전시 운영의 전략화를 위해 서화실을 재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시즌 하이라이트' 등 주제 중심 전시와 콘텐츠 순환을 강화하고, 매주 수요일 야간 개장 시간대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확대한다.
또 중앙박물관과 소속박물관의 전시해설사들이 참여하는 'K-뮤지엄 전시해설 페스티벌'도 오는 8월~11월 개최한다. 지난해 호응이 컸던 '국중박 분장놀이'도 오는 6월~9월에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전 국민 참여형 문화축제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소장품과 연구 성과를 국가적 문화자산으로 확장하고, K-뮤지엄의 세계적 연구 거점으로 활약하는 '국가대표 박물관'이 되기 위한 노력도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조사·연구 성과를 디지털 자산과 공공 데이터로 전환해 교육·산업·콘텐츠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반 보존과학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현해 문화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존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뮤지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뮤지엄 아카데미' 기능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K-뮤지엄 전문인력 교육원'(가칭) 설립도 추진한다. 또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 등 굵직한 국제 전시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몽골 국립박물관 등과 협력해 한-몽 공동학술조사를 추진하고, 유라시아 지역 고대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연구를 통해 국제 연구 네트워크도 확장하기로 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박물관으로서 '찾아가는 전시'를 구현하도록, 인구감소지역과 문화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국보순회전'도 3년째 계속 운영한다. 지역 박물관 큐레이터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기획·운영 노하우를 공유받을 수 있도록 큐레이터의 작업 노트를 '우리 동네에 찾아온 국보' 단행본으로 발간하고, 공동 워크숍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등 관련 사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13개 소속박물관의 지역 특성과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소속관별 고유 브랜드 육성과 박물관 인프라를 함께 정비한다. 우선 전주박물관은 '서예문화'의 외연을 '기록문화'까지 확장해 왕실기록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공간을 새로 선보인다.
또 지난해 개관한 광주박물관이 도자문화관, 부여박물관 대향로관 등 브랜드 특화공간으로 주목받은 점에 주목해 나주박물관 복합문화관, 청주박물관 디지털문화관, 대구박물관 복식문화관 등 소속관별 브랜드와 연계한 맞춤형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평생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어린이·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생애주기별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확장하기 위한 구상도 공개됐다. 특히 무장애 관람환경을 조성하고 베리어프리 전시를 강화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박물관'을 구현할 계획이다.
유 관장은 "2026년은 박물관이 국민의 일상 속에서 더욱 가까이 호흡하며, 그 경험을 세계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