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여자부 차세대 스타 정수빈(NH농협카드)이 아쉽게 데뷔 첫 우승은 놓쳤다. 그러나 PBA 입문 3시즌 만에 첫 결승 진출을 이루며 잠재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정수빈은 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5-26시즌 '웰컴저축은행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임경진(하이원리조트)에 석패했다. 1박 2일로 이어진 풀 세트 접전 끝에 3-4로 우승컵을 내줬다.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대회 잇따라 강자들을 꺾으며 결승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8강전에서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다 17회 우승에 빛나는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3-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대 전적 3전 전승으로 김가영의 천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수빈은 4강전에서도 2023-24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 우승자 백민주(크라운해태)도 제압했다. 역시 세트 스코어 3-0의 완승으로 물오른 감각을 뽐냈다.
대학생이던 2022-23시즌 정수빈은 3차 투어에서 PBA에 데뷔했다. 짧은 구력이었지만 정수빈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 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 4강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더니 올 시즌 마지막 정규 투어에서 생애 첫 결승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겸비한 정수빈은 PBA를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결승에서 정수빈은 임경진과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1, 2세트를 내줬지만 3, 4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5세트를 뺏기며 벼랑에 몰렸지만 6세트 4점을 집중하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로 몰고 갔다.
하지만 준우승 2회의 베테랑 임경진의 관록에 밀렸다. 정수빈이 초구를 놓친 사이 임경진은 1이닝에서만 4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다. 정수빈이 엄청난 회전력의 뒤돌리기 등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비교적 쉬운 옆돌리기를 놓치는 바람에 임경진이 1뱅크 넣어치기와 옆돌리기 대회전으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정수빈은 "결승에 처음 왔는데 4강, 8강, 16강이랑 비슷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많이 긴장됐다"면서 "라인이 길게 빠지는 테이블 파악을 못 해서 3뱅크 샷을 하나도 못 맞췄는데 아쉬움이 크다"며 입맛을 다셨다. 이어 "이전에 멘털이 무너진 적도 있지만 이 정도인 적은 없었는데 밤도 늦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서 "결승전 중압감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생애 첫 결승 진출의 성과를 냈다. 여기에 김가영에 당당히 맞설 인재라는 인식을 팬들에게 심어줬다. 그러나 정수빈은 "공격과 수비 때 공이 좋게 배치되는 등 운이 많이 작용했다"면서 "(김가영 선배보다) 더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유리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정수빈은 "오늘 경기를 봤을 때 너무나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우승을 확실하게 할 실력은 아니다고 판단한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이어 "7세트 때 옆돌리기를 치는데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내가 못 쳤다"면서 "긴 테이블에서 타격을 살짝 줬어야 했는데 2점짜리도 너무 아깝게 놓쳤다"고 자책했다.
우승을 놓쳤지만 정수빈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역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임경진도 "요즘 정수빈이 대세인 만큼 까다로웠다"고 말할 정도다. 최근에는 가수 겸 방송인 탁재훈이 운영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한 정수빈은 "길을 가면 당구 팬들이 알아보실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정수빈은 "현재 중상위권 실력이 되는 것 같지만 경험이 실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도 "긴 테이블에 대한 확신과 스트로크를 보완한다면 그 누구랑 싸워도 비등하게 갈 자신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챔피언십을 벼른다. 정수빈은 "제주도 대회에서도 테이블이 긴 걸로 알고 있다"면서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비시즌 잘 준비해서 다음 시즌에는 결승에 여러 번 가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일주일에 5일은 최소 3시간에서 9시간까지 맹훈련을 한다는 정수빈. 과연 생애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첫 우승컵을 언제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