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범 유영철의 편지를 분석한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과거 그의 편지를 읽은 뒤 악몽을 꿨다고 털어놨다.
박지선 교수는 최근 웨이브에서 공개된 실화 기반 시사 프로그램 '범죄자의 편지를 읽다(이하 읽다)'를 통해 "범죄자의 편지를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편지를 읽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악몽을 꿨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알려진 피해자만 20명인 희대의 인물"이라며 "편지를 읽다 보면 유영철이 원하는 방향대로 교묘하게 말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을 조종하는 데 능한 인물이라 이런 점 때문에 악몽을 꾼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유영철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유영철의 편지를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피해의식이 심하고 얼마나 비겁한지 다 드러나 있어 유영철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라도 이 편지를 낱낱이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읽다'는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 가해자들의 자필 편지를 전문가와 함께 읽으며 그 이면에 담긴 범죄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회차에는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전 PD인 박경식도 출연해 유영철의 편지를 분석했다
유영철이 기자에게 보낸 편지에는 "기자님들의 수입도 박봉인걸로 알고 있는데 책들을 이렇게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드려야 겠네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에 서동주는 "본인이 (기자보다) 우위에 있거나 같은 (위에 있는) 상황인 느낌이다"고 말하자, 박 교수는 "수입이 박봉이다 이런 건 굉장히 실례가 되는 표현"이라며 "고맙다는 말인데 기분이 좋지 않게 한다. 다른 사람들을 자기 아래로 보고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유영철의 편지를 읽은 박경식은 "말투는 젠틀한데 시종일관 남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교수는 "편지가 시종일관 굉장히 공손하지만, 자기주장이나 이런 건 굉장히 강하다"고 밝혔다.
이어 '십자가를 부러뜨렸다', '강제 이혼을 당했다', '판사가 절 벌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등의 표현에 대해 "자신이 법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자신의 아래로 보고 있다는 인식이 곳곳에 드러난다"며 "자기의 잘못에 대해서는 묘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오로지 남에 대한 원망, 신에 대한 원망, 부인에 대한 원망뿐"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영철의 편지에서 "화원을 하나 갖거나 꽃집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며 꽃 이름을 길게 나열한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교수는 "기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언론에 공개될 것을 예상하고 정서가 여리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 것"이라며 "'마음의 위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미 자신은 피해자고 자기 자신이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박경식은 "중간에 자기 반성하는 내용이 있는 것 같아 나 또한 편지를 읽으면서 속았다"며 "처음에 느끼셨던 공포의 감정이 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교수는 "'못난 인간 유영철'이라는 표현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스스로를 낮추지만 사실은 '나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야'라고 과시하는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심리는 사실 내면이 비어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시사 프로그램 '읽다'는 매주 금요일 웨이브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