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를 막 넘긴 시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용동 복도에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다. 낮 12시 30분부터 30분간 이어지는 교화방송이다. 차가운 복도 끝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잠시 섞였다. 교도관은 "교도소 안에 있는 아기들은 대체로 순한 편인데, 오늘은 처음 우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생후 18개월 이하의 아기는 수용 중인 어머니와 함께 교정시설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영아를 전담해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장에서는 천안개방교도소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그마저도 이미 포화 상태라고 말한다. 이 여성 수용자가 향후 형이 확정돼 '기결 수용자'가 될 경우, 아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교정시설의 문제는 이 한 장면에 응축돼 있다. 과밀수용이다. 지난달 29일, 기자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하루 동안 교도관 업무를 체험했다. 제복을 입고 출입 절차와 보안 검색 등 기본 업무에 대해 익혔다. 이날 본 교도소는 과밀 수용으로 인해 '구금시설'로서는 작동하지만, 수용자들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낼 준비'에는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전국 교정시설의 정원은 5만 614명. 그러나 현재 수용 인원은 6만 5279명에 이른다. 수용률 129%다. 여성 수용률은 140%를 웃돈다. 2025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수용률은 2013년 104.9%를 넘긴 이후 한 번도 10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2024년 기준 전국 55개 교정기관 가운데 45곳, 전체의 81.8%가 수용률 110%를 초과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화성여자교도소 신설 이야기가 나온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착공은 올해 말이 돼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인근에 여자교도소를 신설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문제는 정신질환 수형자였다. 실제로 정신질환 수형자의 증상 완화와 재범 방지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4년 프로그램 수료 인원은 273명으로, 2018년(387명)보다 100명 이상 감소했다. 수용자는 늘었지만, 치료는 줄고 있는 것이다. 한 교도관은 "위험하니까 수용하는 건 이해하지만, 치료 없이 가두기만 하면 결국 더 위험한 상태로 사회에 돌아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과밀수용은 갈등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갈등은 사건으로 이어진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보안과 소속 특별사법경찰팀은 교정시설 내부의 경찰 역할을 맡는다. 수용자 규율 위반 조사부터 폭행·협박·절도 등을 담당한다. 지난해 이곳에서 처리한 사건만 약 1000건. 일주일에 평균 20명 안팎의 수용자를 상대한다. 사건은 상담 제보나 진정서 등을 통해 인지된다. 이날 교도관들 사이에선 "방이 좁고 사람이 많으니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왔다.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이곳의 정보과는 한때 고충처리반으로 불렸다고 한다. 수용자 민원과 국가·행정소송 대응을 맡는 부서다. 지난 10년간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고소·고발한 건수는 7586건, 피소 인원은 1만 5834명이다. 화성직업훈련소에선 현장 직원 1명이 수도 없이 도착하는 민원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민원 수가 워낙 많아 대응할수록 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교도소 중앙통제실에는 CCTV 477대, 모니터 121개가 설치돼 있었다. 수많은 화면이 실시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야간 근무 4부제 속에서 각 부서당 27명이 관리하는 수용자는 1800여 명. 과밀수용 속에서 이날 교도관은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