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생산한 신선우유가 장기간 제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며 불법 유통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기업은 문제점을 인지한 직후 곧바로 운송방식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 소비자에게는 여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아 대기업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간 상온에 노출되며 불법 유통
3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모 대기업에서 생산한 유가공품이 제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며 불법유통이 이뤄진 사실을 적발했다. 2019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5년간 1765차례 유가공품 148종 1369톤이 규정온도 준수를 위반한 채 운송됐다고 본 것.
축산물위생관리법상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유가공품의 유통은 전 과정에서 '0~10도'의 냉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저온살균우유는 다른 우유에 비해 살균이 덜 된 생우유에 가깝다보니 조금이라도 상온(15~25도)에 노출되면 미생물에 의한 부패가 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는 김포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까지 항공 운송되는 과정에서 냉장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김포공항에서의 제품 상하차, 보안검색, 제주공항에서의 제품 하차에 이어 화물청사로 이동해 다시 냉장 탑차에 싣는 과정에서 최소 3시간~5시간가량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통 김포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까지 냉장식품을 항공 화물로 보낼 때 냉장 설비를 갖춘 'ULD(Unit Load Device) 컨테이너'에 싣는다.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전 과정을 냉장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기업의 우유는 ULD 컨테이너를 실을 수 없는 항공기만 이용하며 운송해왔다.
특히 일부 유통 과정에서 저온살균우유가 야외에 장시간 노출되는 일도 있었다. 해당 기업 윤리경영팀 자체 조사 결과 초여름인 2024년 6월 5일 오전 8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30분가량 우유가 담긴 종이상자 10박스가 제주국제공항 화물청사 야외 시멘트바닥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 제보자의 신고로 문제가 불거지자 이 기업은 2024년 7월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곧바로 선박 화물로 냉장 운송하도록 개선 조처했다.
"설명이 오히려 기업신뢰 회복 방법"
이러한 운송 개선 조처가 기업 내부적으로만 이뤄졌을 뿐 1년6개월 가까이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위반한 불법유통으로 상한 우유를 마셨을지 모르는 제주 소비자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해당 기업은 홈페이지 '회사소개'에서 '현재 한국의 식품업계는 식품안전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증대되고 있어 식품업계에게는 식품안전에 대한 조치가 필수 사항이 됐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꼼꼼히 감시하는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인 'HACCP' 인증 등을 강조하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유통 과정에서 장기간 문제가 있었다면 대기업으로서 최소한 소비자에게 설명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우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대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유통 과정에서 장기간 문제가 있었다면 적어도 어떤 문제가 있어서 개선 조처를 했는지 선제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다고 회사가 손해를 본다기보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축산물관리위생법 위반 혐의로 우유 운송을 담당한 해당 기업 계열사인 모 물류회사와 그 관계자, 재 위탁을 받은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4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2명만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