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농지임대차 시장…"정책 전환·제도 개선 시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 보고서
농지임차율 2017년 51.4% 정점 이후 하락세
대농 임차지 확대 속 소농·청년농 농지 확보 제약

연합뉴스

농지임대차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농지가 필요한 청년농이나 영농 규모를 확대하려는 전업농의 농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지임대차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농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지임대차 시장 축소…농지임차율, 2017년 51.4% 최고치 후 감소세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연구 채광석 연구위원·최지선 부연구위원·서준영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 대비 임차면적 비율을 나타내는 농지임차율은 1990년 37.4%, 2000년 43.6%, 2010년 47.9%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후 2013년 처음으로 50% 수준에 도달했고, 2017년에는 51.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47% 수준으로 하락하며 감소 추세로 전환했다.
 
임차 농지 면적은 2005년 57만 ha에서 2020년 37만4천 ha로 크게 줄었다. 농지를 임차하는 농가 수도 2000년 64만1천 가구에서 2020년 27만9천 가구로 절반 이상 감소해 시장 규모 축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 농가 수 감소와 청년농·귀농 인구의 정체 등으로 농지임차 시장 참여가 줄어든 데다, 공급 측면에서는 고령화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지 소유 농가가 늘었음에도 농지임대차 제도에 대한 불신 등으로 실제 시장에 나오는 농지 공급이 제한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2001년 논농업직불제 도입, 2003년 쌀소득보전직불제 도입, 2020년 공익직불제 시행이 이어지면서 토지 소유주들이 직불금 수령을 위해 소규모 자경을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농지임대 시장에 공급될 농지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농지임대차 양극화…대농 임차지 확대, 소농은 제약 지속

스마트이미지 제공

농지임대차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임차 농지는 소수의 대규모 농가(10ha 이상)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고소득·승계 농가는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농지 임차를 확대하는 반면, 영농 규모가 작은 소농은 매입 자금 부족 등으로 생계 유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임차에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설문조사(임차인 817명, 임대인 420명, 비농업인 308명)를 통해 농지임대차 수요와 공급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요 측면에서는 쌀을 중심으로 한 농업소득이 높고, 50대 이하의 비교적 젊은 경영주일수록 농지임차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가 부채가 많은 농가는 농지 매입 대신 임차를 통해 경영 규모를 확대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농외소득과 자산이 많고 농업소득이 낮은 60대 이상 고령 농가가 임대를 주도했다. 다만 3억 원 이상의 과도한 농가 부채는 은퇴를 지연시키며 농지임대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임대차 시장 복합 문제 직면…정책 전환 필요"

보고서는 현행 농지임대차 시장이 법·제도와 현실 간 괴리, 정책 요인에 따른 시장 축소, 시장 내부 양극화 심화라는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농지임대차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고 농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과제로 △형식적 자경에서 실질적 농지 이용 중심으로의 정책 기조 전환 △시장 이중 구조에 대응한 맞춤형 정책 설계 △신뢰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정책 강화 △논·벼 중심에서 영농 형태별 맞춤형 지원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공익직불제 개편을 통한 임대차 공급 유도 등 '시장 왜곡 해소를 위한 정책 인센티브 재설계'와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임차 지원, 공급자 불안 해소 및 공급 유인 강화를 포함한 '수요·공급 주체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개 기능에 머무르고 있는 농지은행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등 시장 인프라와 신뢰 기반 강화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채광석 연구위원은 "농지임대차 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 인센티브를 형식적 자경이 아닌 실질적 이용이 이뤄지는 안정적 임대차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 농업인이 농지은행에 장기 임대할 경우 직불금 일부를 수급하도록 허용하거나 농지연금과 연계해 지급액을 상향하는 등 합리적인 은퇴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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