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셀프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경찰에 처음으로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테스크포스(TF)는 30일 오후 2시부터 로저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55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로저스 대표는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하고 있는 모든 수사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며 "오늘 경찰 수사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정보 유출이 3천 건에 불과하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증거 인멸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지", "관세 관련 미국에 로비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로저스 대표의 이번 조사는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 끝에 이뤄지는 첫 조사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 1일 해외 출장을 나간 뒤 두 번의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경찰은 출국정지를 신청했지만, 로저스 대표가 자진 입국 가능성을 이유로 반려했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 21일 입국하며 3차 출석 요구에는 응하겠다고 밝혔다.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다.
앞서 쿠팡은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자체 조사와 포렌식 등을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보도자료에서 "디지털 지문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고,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직 직원이 3370만 개 계정에 접근했지만, 실제로 유출된 계정 정보는 3천 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쿠팡 측에서 유출된 계정 정보는 최소 3천만 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셀프 조사 논란에 이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쿠팡은 자체 조사 사실도 경찰에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쿠팡은 피의자로부터 확보했다는 진술서·노트북 등을 지난달 21일 경찰에 임의제출했는데, 제출 전부터 이미 해당 자료들에 손을 댔던 것이다.
경찰은 이날 로저스 대표에 대한 조사에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