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두 배 물량 도심에 푼다…수도권에 6만 호 공급(종합)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호로 확대, 태릉·과천·판교도 포함
여의도 1.7배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 집중 공급
2027년부터 순차 착공…토지거래허가로 투기 차단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서울 용산과 태릉, 경기 과천 등의 도심에 위치한 부지나 낡은 청사 등을 활용해 총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종민 기자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 판교신도시 두 곳에 맞먹는 규모의 주택 6만 호가 새로 공급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경마장 등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근교 공공부지를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은 기존 계획 대비 최대 1만호까지 확대 추진돼, 서울에서만 3만2천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29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7일 내놓은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누적돼 온 공급 부족과 주거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총동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신도시급 면적(487만㎡,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부지에서 주택 공급을 추진한다. 이미 계획돼 있던 물량을 제외한 순수 신규 확대 물량은 5만 2천호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규모를 웃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심·근교 핵심 입지에 물량 집중…"외곽 신도시 의존 탈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심지 신도시급 면적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6만 호를 공급한다"며 "공급부지들은 역세권에 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우수한 입지로, 수요가 집중된 곳에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급 규모는 판교신도시(약 2만9천 호) 두 곳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과 불안 심리를 자극해 왔다고 보고, 외곽 신도시 중심의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과 근교 핵심 입지에 직접 물량을 투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물량은 청년세대의 주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중점 공급할 계획"이라며 "발표된 후보지에 신속한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긴밀 협조해 이행 상황을 밀착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급 유형별로는 △도심 내 공공부지 활용 4만3500호로 가장 많고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9900호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 6300호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 3.2만 호…용산은 '최대 1만 호'로 확대 추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연합뉴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6곳, 3만2천호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에서 공급된 보금자리주택 물량(3만8천호)의 84%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호 △노원구 태릉CC 6800호 △용산 캠프킴 2500호 등 대규모 공급이 추진된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기존 계획이었던 6천호에서 4천호 늘어난 1만호로 조정됐다. 국토부는 주거용지 비율을 높이고 용적률을 상향하는 한편, 중소형 주택 비중을 확대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사업계획 변경 절차에 착수해 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와의 협의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현재 8천호 공급까지 공감한 상태다. 국토부는 최종 공급 물량은 지구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추가 협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히 경제논리나 도시개발 논리로 주택 호수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했다"며 "주거 비율과 용적률, 공원 조성 문제를 함께 검토하면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물량 확대시 학생수 초과를 이유로 반대해왔던 교육청과의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교육청과의 협의에서 교육청이 기존 학교 활용과 인근 학교 배치 등 대안을 제시하면서 더 이상 갈등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및 교육청과의 협의가 마무리될 경우 추가 공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종민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주민 반대와 세계유산영향평가 문제로 중단됐던 태릉CC 개발도 재추진된다. 국토부는 당시 사업이 지연된 배경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 준비 부족과 관계부처 이견을 꼽으며, 이번에는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평가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급 물량은 당시 계획됐던 1만호에서 6800호로 축소해, 중저층 위주 개발과 교통·녹지 대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국토부는 이번에 태릉CC를 공급 물량에 포함한 배경으로 노원구와의 사전 논의를 꼽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간 표류했던 사안이지만, 노원구와 전반적으로 개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상 어떤 공급 대책이 발표되면 대부분 반대의 목소리가 언론에 많이 나오는데, 현장을 가보면 언론에 나오지 않은 찬성의 목소리도 있다"며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과천·성남 1.6만 호…직주근접형 공공택지 조성


경기도에는 18곳에서 2만8천호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과천과 성남에만 1만6천호가 집중된다.

과천에서는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이전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호를 공급한다. 국토부는 이곳에 자족용지를 확보해 지식정보타운과 양재 인공지능(AI) 특구를 잇는 '과천 AI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고, 첨단기업 유치를 통해 직주근접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경마장은 경기도 내 대체 부지로 이전한다.

국토부는 과천 부지의 면적이 신도시급이라는 지적에 대해, 공급 물량을 1만 호 이하로 설정한 것은 자족 기능과 생활 여건을 함께 고려한 내부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량은 국토부 내부에서 결정한 것이며, 과천시와 사전에 합의된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남에서는 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한 지역에 6300호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해 산업·주거 연계형 개발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과천·성남 지역에 5년 한시적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총량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지구계획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때문에 사업을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공공청사·유휴부지 1만호…주택 유형은 '열어두고 검토'

노원구 태릉CC 부지 전경. 연합뉴스

정부는 대규모 공공부지 외에도 도심 내 노후 공공청사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1만호 규모의 주택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 공공청사를 철거하거나 이전한 뒤 주택과 공공청사, 생활SOC를 함께 조성하는 복합개발 방식이다.

서울에서는 도봉구 교육연구시설 부지에 1171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 518호, 성동구 옛 경찰청 기마대 부지에 260호가 공급된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우편집중국(936호) 등 노후 공공시설이 주거와 업무, 공공 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 공간으로 재편된다.

정부는 노후청사 복합개발 물량을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하고, 신규 사업지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연내 관련 특별법 제정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노후청사 주택이 원룸형 임대주택에 국한되지 않도록 전용면적과 임대·분양 구성은 부지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027년부터 착공…예타 면제·절차 압축으로 속도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2027년부터 2030년 사이 순차적으로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가운데 5개 사업, 약 1600호는 2027년 착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방연구원 부지와 군부대 이전 부지 등 13개 사업지에 대해서는 공기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고, 성남 공공택지 2곳은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수립을 병행해 절차를 압축한다.

시설 이전이 필요한 부지는 2027년까지 이전 결정과 착수를 완료하도록 추진 상황을 집중 관리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함께 '9·7 대책'에 포함된 11만1천호 착공 계획의 이행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투기 차단 병행…토지거래허가구역 즉시 지정

정부는 개발 예정 지구와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즉시 지정해 투기성 거래를 차단한다. 또 이상 거래 280건을 선별해 거짓 신고와 편법 증여 등 불법 의심 거래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도심 공급 대책을 시작으로 도심 내 추가 공급 물량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비사업과 비아파트 활성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용산과 태릉CC 등 일부 대규모 사업지는 지자체·주민 반발과 관계기관 협의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어, 실제 추진 과정에서 사업 속도와 협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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