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1만호·청사 25호까지 6만호 '영끌'…'속도전' 가능할까

25호 노후청사까지 끌어모은 도심 공급 총동원
용산 최대 1만호·태릉 6800호·과천 9800호 추진
속도전 강조했지만 지자체 협의·주민 수용성은 변수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종민 기자

정부가 '1·29 도심 주택 공급' 대책에서 제시한 공급 물량은 숫자만 놓고 보면 '신도시급'이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도심 내 가용 공공부지를 사실상 총동원한 결과에 가깝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처럼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급 논의가 있었던 대형 부지는 물론, 25호 규모의 소규모 노후 공공청사 개발 사례까지 포함해 노후청사 복합개발 물량만 9894호에 달한다.

청사 25호까지 끌어모은 6만호…'신도시급'의 속사정


30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후보지는 서울과 수도권 전반에 걸쳐 촘촘히 분포돼 있다. 일부는 수백 호 단위지만, 상당수는 수십 호에서 많아야 100여호 수준이다. 도심 내 추가 공급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확보 가능한 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았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전체 공급 물량 6만호 가운데 이미 계획된 물량을 제외한 순수 신규 물량은 5만 2천호에 그쳐, 도심 공급의 구조적 한계 역시 드러난다.

국토부는 이런 '영끌식' 공급 방식에 대해 주택 공급 여건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고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문제는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의 모든 부처가 보유한 부지를 검토해 물량을 끌어모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중 논란에 대해서는 "국토 균형 발전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이며, 당장의 주거 불안 해소와는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태릉·과천…물량 늘려 놓고 이견 조율은 '아직'

박종민 기자

문제는 어렵게 확보한 물량 상당수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번 대책에서 주택 공급 물량을 기존 계획보다 크게 늘려 최대 1만호까지 제시됐지만, 서울시는 녹지 비율과 기반시설 수용 능력을 이유로 8천호 수준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교육청 역시 학령인구 증가에 따른 학교 신설과 학군 재배치 문제를 제기하며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와는 공급 시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현재 8천호 공급에 대해서는 서울시도 공감하고 있는데, 주거 비율과 용적률, 공원 조성 문제를 함께 검토하면서 원만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과도 "오랜 협의 끝에 기존 6천호 대비 물량 확대에 대해 현재 갈등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및 교육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공급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서울시 의견 충분히 반영 안 돼"…'공감대 설명'에도 입장차


실제 '공감대 형성'이라는 국토부 설명에도 서울시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서울시 김성보 행정2부시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그간 실무협의를 통해 민간정비사업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오늘 여전히 한계가 많은 대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3만 2000호 공급 대상지는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태릉CC 개발 역시 과거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시절 1만호 계획으로 추진됐다가 주민 반대와 세계유산영향평가 문제로 중단된 이후, 이번에는 공급 물량을 6800호로 줄여 재추진된다. 정부는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통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전제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교통 혼잡과 녹지 훼손을 우려하는 지역 여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국토부는 이번에는 사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 대책이 발표되면 반대 목소리만 부각되지만, 태릉CC의 경우 노원구와 전반적으로 개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장기간 표류했던 사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됐다"고 말했다.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개발은 '직주근접형 주거 공간'이라는 정부 구상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다. 정부는 이 일대를 통합 개발해 9800호를 공급하고, 자족용지와 첨단산업 기능을 결합한 '과천 AI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천시는 이미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생활 인프라 부담을 우려하고 있고, 경마장 이전을 둘러싸고는 마사회와 직원,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국토부는 과천 물량에 대해 "과천시와 사전에 합의된 수치는 아니며, 국토부 내부 판단으로 결정한 규모"라고 설명한다. 또 경마장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지구계획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사안이지만, 그린벨트 때문에 사업을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전" 강조한 정부…착공 앞당길 수 있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공급 방안은 부지 발굴 초기부터 관계기관이 함께 마련한 만큼 실행력을 갖춘 계획"이라며 "불필요한 절차는 과감히 덜어내 내년부터 착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관의 '속도전' 발언과 달리, 개별 사업지별로는 지자체 협의와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용산, 태릉CC,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 핵심 물량의 경우 교육·환경·교통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나 행정 절차 간소화만으로는 사업 속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심 주택 공급의 병목이 '절차'가 아니라 '갈등 조정'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속도전이 현실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용산은 입지 가치의 측면에서 대체할 지역이 없다"며  "이 때문에 장기적인 '도시경쟁력의 강화'라는 목적과 '당장의 서울 내 주택공급'이라는 목표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만 많이 짓다보면, 나중에 남는 것도 집"이라며 "주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크지만, 주거는 도시 기능의 일부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의 활용에 대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도심 주택공급 대책은 수십 호 단위의 노후 공공청사까지 포함한 '영끌'식 공급 계획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심 공급이 직면한 구조적 제약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확보한 물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지자체·주민과의 협의를 얼마나 매끄럽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속도전을 강조한 만큼, 일부 지연 사례가 전체 정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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