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시장' 미국 흔들, 부산 대미 수출 5년 만에 꺾여

2025년 부산지역 품목별 대미수출 증감 현황. 한국은행 부산본부 제공

2020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부산지역 대미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산 수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미국 시장이 흔들리면서 지역 경제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의 파고 속에 철강과 자동차 부품 등 전통적 효자 품목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9일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최근 부산지역 대미 수출 동향 및 특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부산의 대미 수출 규모는 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2020년 이후 꾸준히 몸집을 키워오던 증가세가 5년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하락세의 주범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수요 둔화였다. 철강 제품은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며 수출액이 16.9% 급감했다. 자동차 부품과 산업기계는 각각 20.2%, 12.5% 줄어들며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지역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 품목의 부진은 부산 경제 전반의 고용과 생산 활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력 업종의 부진 속에서도 '산업의 판도 변화'에 올라탄 일부 품목은 성장을 거뒀다. 특히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지역 기업들에 새로운 활로가 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선이다. 전선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96.7% 폭증하며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변압기 등 전력용 기기 역시 7.8% 증가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그밖에 고부가가치 산업인 항공기 부품(14.6%)과 'K-푸드' 열풍에 힘입은 농산가공품(12.2%)이 선전하며 수출 급락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이번 통계는 부산 경제가 직면한 이중적 과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정 국가(미국)와 특정 품목(철강·차부품)에 편중된 수출 구조가 대외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미 수출 감소는 단순히 숫자의 하락을 넘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지역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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