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오는 2028년 총선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로드맵을 공식 제시하면서, 이를 둘러싼 지역 정치권의 입장 차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행정통합을 미루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국민의힘은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분권과 자치권 이양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행정통합 논의가 오는 6·3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형준·박완수 "주민투표 거쳐 2028년 통합 완성"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8일 부산신항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양 시도는 연내 주민투표를 실시해 주민 의사를 확인한 뒤, 내년 통합 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8년 4월 총선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해 행정통합을 완성하겠다는 단계적 계획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이 현실화될 경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게 된다. 박 시장과 박 지사는 통합을 위한 임기 단축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
박완수 지사는 "동의하는 후보도 있을 수 있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라며 "결국 시도민이 투표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속도 미루기 꼼수…통합 사실상 거부"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박형준 시장과 박완수 지사가 6월 지방선거를 통한 행정통합을 거부했다"며 "정치적 계산으로 지역의 운명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부산시당과 경남도당도 공동 입장문을 내고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행정통합을 사실상 미룬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4년간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등 인센티브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이번 결정은 반드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이 지방선거를 통한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부산·경남 역시 '선 통합, 후 보완'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통합 찬성…재정분권 없는 속도전은 우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인센티브 중심 속도전에 우려를 나타냈다.정동만 부산시당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지역 주민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자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라며 통합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한시적 재정지원과 인센티브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통합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며 구조적인 재정 분권과 실질적인 자치권 이양이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행정통합의 핵심은 단기 인센티브가 아니라 재정분권과 정책 결정권 확대"라며 "지역이 스스로 성장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이 법과 제도로 보장돼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행정통합, 지방선거 '속도 vs 조건' 프레임 본격화
이번 로드맵 발표로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야 간 정면충돌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민주당은 '지방선거를 통한 조기 통합'을 내세워 속도전을 펼치는 반면, 국민의힘과 현 단체장들은 절차적 정당성과 분권 보장을 앞세워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통합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 문제는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 경쟁과 직결될 전망이다.
통합에 동의하는 후보와 반대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 간 구도가 형성되며 유권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행정통합이 단순한 행정 개편 논의를 넘어, 지방선거 승부를 가를 '대형 정치 이슈'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속도감 있는 통합 추진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재정분권과 자치권 강화를 조건으로 내세운 국민의힘 간 프레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쟁은 앞으로 선거 국면 내내 뜨거운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