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김연아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 탈환에 도전한다. 김연아를 보고 자란 이른바 '김연아 키즈'들은 그동안 세계선수권과 그랑프리 파이널 등 주요 메이저 대회에서 성과를 냈으나,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김연아 은퇴 이후 한국 피겨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22 베이징 대회에서 차준환(서울시청)이 기록한 남자 싱글 5위와 유영(경희대)이 거둔 여자 싱글 6위다. 이제 대표팀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역대급 성적을 정조준하며 태극기를 게양대에 걸 채비를 마쳤다.
남자 싱글의 간판 차준환은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2018 평창 대회에서 15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를 24년 만에 경신했던 그는, 4년 뒤 베이징에서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 발목 부상과 장비 문제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컨디션을 회복하며 준비를 마쳤다.
차준환은 일리야 말리닌, 가기야마 유마, 아당 샤오잉파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붙는다. 기술적 점수에서는 다소 밀릴 수 있으나, 특유의 연기 완성도와 예술성으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회를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기는 만큼,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본인에게 익숙한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선택하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여자 싱글에서는 신지아(세화여고)가 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4년 연속 주니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 선 신지아는 고난도 점프 없이도 완벽한 비점프 요소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자랑한다. 시즌 초반 체형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딛고 최근 경기력을 회복하며 메달권 진입의 가능성을 높였다.
러시아 선수들의 독주 체제가 무너진 현재, 여자 싱글은 아델리아 페트로시안, 알리사 리우, 사카모토 가오리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실수 없는 클린 연기 여부가 메달의 색깔을 결정할 전망이다. 여기에 노련한 이해인(고려대)이 극적으로 합류하며 힘을 보태고, 김현겸(고려대)과 아이스 댄스의 임해나, 권예(경기일반) 조 역시 최상의 연기를 다짐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8년 만에 단체전인 팀 이벤트에도 출전한다. 비록 페어 조의 부재로 상위권 입상은 쉽지 않으나, 개인전 전 현지 빙질을 점검하고 분위기를 익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