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으로 틈새 시장 개척
2009년 기준 도급순위 16위인 쌍용건설(주)은 일찌감치 리모델링 시장을 개척했다.
다른 건설업체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올인했던 지난 2000년, 쌍용건설은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했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단지 전체 리모델링 사례인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골조만 남기고 아파트 전체를 새로 짜다시피 하는 리모델링 작업은,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기존 엘리베이터를 연장시킨다든지 면적을 확장하면서 건물 중간을 통째로 뚫는다든지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쌍용건설은 개별 가구 대상 리모델링 사업부터 시작해 관련 기술을 착실히 축적해오면서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빅 5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물론 이들 업체를 제치고 계약을 따낸 사례까지 만들었다.
쌍용건설은 2008년 광진구 자양동의 400여 세대 리모델링 사업에서 다양햔 평면을 제공하고 지하주차장을 신설하는 등의 강점을 내세운 결과 대우그룹을 제쳤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은 리모델링 사업의 리더 격으로 빅 5 업체 없이 단독으로 수주를 따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핵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아파트에 집중해, 한정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 명품이미지 확보를 위해, 핵심지역에 자원 총동원
도급순위 18위인 동부건설(주)의 경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아파트를 짓지 않고 입지 자체가 이미지와 연결되는 핵심지역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돈이 되는 사업'' 일지라도 지향하는 명품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대신 핵심지역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지하철 도곡역 바로 앞에 세워진 ''대치 센트레빌''이 대표적이다.
동부건설은 부동산 일번지인 강남 한복판에 재건축 사업자로 선정돼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빅 5 중 하나인 삼성건설과 진검승부를 벌였다.
인근에 조성된 주택들이 하나같이 빅 5의 명품브랜드 아파트들이거나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인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이 얼마나 핵심지역인지를 알 수 있다.
동부건설은 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적 설계와 최고급 마감재를 갖춘 것은 물론 아파트 외형부터 실내 시스템까지 디자인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조경시설물은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환경디자인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동부건설은 강남 노른자 땅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했고 결국 삼성건설을 따돌릴 수 있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당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조합원들에게도 최대한 겸손하게 접근했다"며 "삼성건설을 제치고 계약을 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최근 서울역 주변인 용산구 동자동 일대에 복합기능도시를 조성하는 등 기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밖에도 특화된 사업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는 기업들이 있다.
◈ 이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가 최고
태영건설의 경우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수처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하수도 공사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남광토건은 토목부문 가운데 각종 철도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며 해외에서도 잇따라 수주를 따내고 있다.
금호건설이나 한진토건의 경우, 항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관제탑 공사 등 공항관련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도로나 항만 등 SOC(사회간접자본)사업에서 입지를 다져 큰 규모의 해외 수주 없이 국내 사업 만으로도 수백여 개 건설사 중에 도급순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백 개의 건설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빅 5를 상대로 할 전략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