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구실로 징계한 국힘, 지지율 오르니 앞다퉈 인용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출석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조사인은 당의 지지율을 추락시킨 장본인이면서도 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특정 여론조사만을 소개하며 다시 당의 지도부를 추가 공격하는 매우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한 매체 테러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6일 친한(親한동훈)계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탈당 권유'를 의결한 결정문 중 일부다. 윤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장동혁 대표와 당원, 당을 향해 "과도한 혐오자극의 발언"을 해왔다며, 특히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나온 특정 여론조사 결과만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에 불리한 조사만 언급해 해당행위를 했다는 윤리위의 주장은 모순에 가깝다. 그간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방어적으로 일관하던 지도부가 당 지지율이 잘 나온 사례는 또 금과옥조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지지율 39.5%' 인용만 쏟아낸 당권파

대표적인 게 리얼미터의 19~23일 여론조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39.5%로, 민주당(42.7%)과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왔다. 리얼미터 기준으론 지난해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최고치였다.

당권파는 장 대표의 단식, 윤리위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의결 등이 주효했다며 일제히 자축하고 나섰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현재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을 40% 안팎으로 확신한다"고 했고,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지율로 지도부를 흔들던 일부 의원들은 어디 갔나"라고 되물었다. 박민영 미디어대변인도 "갤럽·NBS만 옳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체리피커들"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리얼미터 조사와 배치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더 많다.
 
갤럽의 20~22일 조사는 전주보다 2%p 하락한 22%였고, 19~21일 NBS의 조사에서는 20%로 더 낮았다. 각각 40%가 넘는 민주당의 반토막 수준이다. 더욱이 당시는 장 대표가 '쌍특검'을 촉구하며 단식 중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처럼 아픈 조사결과는 외면하고 있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식을 중단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가 이토록 상반되는 원인이 있다고 본다. 바로 조사 방식이다. NBS와 갤럽은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하는 반면, 리얼미터는 기계음을 듣고 응답자가 번호를 누르는 ARS로 진행된다.
 
통상 ARS 조사는 '정치 고관여층'이 적극 응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도·무당층보다 특정 정당 지지층, 이념적 스펙트럼의 극단에 위치한 유권자가 끝까지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ARS는 전화를 바로 끊는 경우가 많아 응답률도 낮은 편이다. 이달 넷째 주 기준 갤럽과 NBS 응답률은 12.3%·20.2%였던 데 반해 리얼미터는 4.1%에 불과했다.
 
한 야권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응답률이 낮은 조사일수록 정치 고관여층 위주로 표집될 수밖에 없다. 전체 유권자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이 되긴 어렵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도 "중도층 여론은 (ARS가 아닌) 면접원이 하는 조사에서 명확하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샤이보수' 입증 근거?…"입맛대로 여조 쓰는 게 누군가"

'샤이(shy) 보수'가 서서히 결집하고 있다는 당권파 해석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이 전문가는 "(ARS) 조사상 지지율이 오르니 (당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은, 민심이 고정돼 있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하다. 그 논리대로면 단식도, 선거운동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을 계기로 부상한 '샤이보수론'은 결과론적 진단이지, 극심한 내홍 중인 국민의힘이 차용할 논리는 아니란 얘기다.

한 전 대표 제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 내부 단속을 위해 "입맛대로 여론조사를 쓰는 건 오히려 지도부 아니냐"(초선 의원)는 비판도 나온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갤럽과 NBS 조사결과를 말하는 게 테러공격이라면 신천지 여론조사만 언급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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