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구실 삼은 美투자특별법…국회 어디쯤 왔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기습 발표하며 '한국 국회의 합의 불이행'을 구실로 내세우자 국회에 발의된 '대미투자 특별법' 심사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주목된다.

27일 기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는 모두 5개의 대미투자 특별법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김병기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특별법도 재경위에 머물러 있다.

논의가 그 이상 진척되지 못한 배경으로는 일단, 한미 간 협상에 관세 인상 철회 조치의 기준 시점이 법안의 '처리'가 아닌 '발의'였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가 법안 통과를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관세 협상이 마무리 된 이후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서둘러 달라는 요청 등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특별법에 대해 딱히 처리 기한이나, 관세를 언제부터 다시 부과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진 않았다. 때문에 당의 입장을 서둘러서 정할 필요까진 없었다"며 "당에서 지침을 주기보단 재경위가 논의하면 원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재정경제부 제공

오히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가 상반기에 시작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지 않다"며 "올해에는 현재 외환시장 여건에서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안 처리 이후 당장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만큼) 통과시키려면 바로 했지 않았겠느냐, 정부가 전략적으로 버텼을 것"이라며 "하루만 버텨도 200억 달러에 대한 이자부터 차이가 나는데다,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부과 불법 여부) 판결도 예정돼 있으니 지켜본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실무적으로 다른 안건을 우선 심사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여당에선 제정법 숙려기간이 20일에 달한다는 점, 지난해 연말엔 예산 심사가 있었다는 점, 1월엔 재경위 중심으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청문회가 있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재경위 여당 간사 정태호 의원은 의원들에게 "재경위에서는 정상적 프로세스에 놓여 있었다"면서 "향후 정상적 절차에 따라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의 취약한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자신들이 주장했던 대로 국회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체결된 한미 관세 합의는 분명히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관세를 소급 인하하기로 설계돼 있다"면서도 "국회 비준의 시한에 대한 명확한 합의 사항이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관세 인상 보복이 가해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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