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가 한국과 미국 간 통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26일 "쿠팡이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는 없다"며 원칙에 입각한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류 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현재 정부 당국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및 산업재해 은폐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조사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노동부는 쿠팡의 불법 파견 여부와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PIP) 운영 실태,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의혹 등을 해소하고자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인 근로감독에 돌입했다.
그러나 쿠팡의 미국 측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대응을 부당한 조치로 규정하고 미국 정부에 개입을 촉구하면서 이번 사안이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류 본부장은 "쿠팡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없다"며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여부와 지적이 들어온 사항들에 실제로 위법함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기존 법에 따른 행정절차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국회 택배사회적대화기구에서 논의 중인 야간배송 금지 문제와 관련해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행 노동시간 규제에는 야간 노동이 없고, 근로기준법으로서 규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과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적정한 관리 수준을 마련하고, 이후 안전보건 관점에서 야간노동에 대해 어떻게 개입할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는 27일 시행 4주년을 맞이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환기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류 본부장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고, 구조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킨 것 같다"며 "실제로도 안전보건 투자도 늘어나고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기업과 영세 사업장 사이의 안전보건 수준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작은 사업장의 산재가 늘어나고 있는데, 위험과 인적자원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한 사업장들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며 "(산재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처분은 동일하게 가져가되,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지원을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강도와 관련해서도 "그 처벌이 유효한지는 사회적으로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법인에 대한 벌금을 무한하게 올릴 수 없는 한계 사항이 많기 때문에 한번 진지하게 논의해볼 시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제조업 현장에 도입되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관련하여 "사람과 섞여서 일하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하며 "어떤 위험이 있을지 사전적인 관리 규범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보건의 관점에서 기본적인 규칙과 법적 쟁점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