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임 정부 시기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전기본)의 신규 대형원전 2기(2.8GW)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지 공모를 시작으로 약 5~6개월간 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허가를 획득하고 착공하면, 각각 2037년과 2038년 준공·도입이 애초 계획대로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소형모듈러원전(SMR) 0.7GW(0.17x4) 1기(세트)를 2035~2036년 투입하기로 한 계획도 그대로 추진한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체의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은 2040년까지 제로화해야 하고, 또 다른 배출원인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도 줄여나가면서 수소화 및 비상전원화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전력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R 2035년, 신규원전 2기 각각 2037·2038년 발전 시작"
김 장관은 "현재 11차 전기본 계획에 따르면 SMR은 2035년, 신규 원전 2기는 2037년과 2038년 각기 발전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그 계획을 이번에 직접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차 전기본(2026~2040)에서 추후 늘어나는 재생에너지원과 줄어드는 석탄 발전소 등의 전원 믹스 계획에 따라서 전체적인 전략 계획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확정된 대형원전 2기 건설 계획 외에도,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추가 건설 계획이 잡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관련해 김 장관은 "일부러 (가능성을) 닫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의 수준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11차 전기본(2024~2038)은 2038년 연간 전력수요량을 735.1테라와트시(TWh)(2023년 546TWh)로 추산하고, 2038년 전원구성을 △원전 248.3TWh(35.2%) △재생에너지 205.7TWh(29.2%) △LNG 74.3TWh(10.6%) △석탄 70.9TWh(10.1%) △청정수소·암모니아 43.9TWh(6.2%) △기타 34.9TWh(5%) △신에너지 26.4TWh(3.8%)로 계획한 바 있다.
새 정부 들어 2040년 탈석탄 방침을 밝히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상 전력부문에서 1억 5천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2018년 대비 68.8~75.3%)하기로 한 만큼, 줄어드는 석탄과 LNG 발전량을 얼마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차 전기본 확정 시기와 관련해 기후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윤곽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쟁점 사안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토론회나 정보 공개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대안을 모색해나간다는 게 기후부 방침이다.
文정부 '탈원전' 실패 인정?·미흡한 공론화 '정치적 부담'도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 '에너지 믹스' 방침을 분명히 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에서 완전히 선회했다는 의미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때는 그 얼마 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가 있었다"며 "전 세계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매우 예민해하던 시기의 연장선에 있었던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그린수소의 생산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서 그린수소 방식보다는 부분적으로 그 공간을 원전으로 메꾸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유럽이나 다른 대륙의 크기가 큰 국가들하고는 달리,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로 전력 운영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며 "유럽처럼 전력의 원가를 마냥 다 전기료로 부담하기도 녹록지 않은 조건을 감안해 보면 문재인 정부 때 정책과 똑같이 가기 어려워진 상황이 생긴 것으로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을 위한 공론화가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지난 12~16일 진행한 여론조사로 그쳐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사한 여론조사가 여러 기관에서 있었다"며 "대체로 국민 의견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다수 의견이었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두 건 모두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 이상,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계획도 추진돼야 한다는 답변이 60% 이상으로 나왔다.
김 장관은 애초 공론화를 거친 취지에 대해서는 "계획으로는 확정돼 있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정부에서도 굉장히 고민이 많았고, 확정된 계획이긴 하지만 한 번 더 국민 의사를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하는 게 내부의 입장이었다"고 부연했다.
이미 11차 전기본에서 계획된 신규 원전 건설 절차가 공론화로 지연돼 예정대로 추진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에는 "부지 공모하는 데 대략 한두 달 정도 걸리고, 확정하는 데 석 달 정도 걸린다. 정식으로 건설허가를 받고 착공하고 진행하면 전체적으로 확인해 보건대 2037년과 2038년에 짓는 데는 별다른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기후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과 탄력 운전을 통한 원전의 경직성 보완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12차 전기본에는 인공지능(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와 분산형 전력망 계획 등을 담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