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징: 준비된 공세와 '돈로 독트린'
민정훈 교수는 지난 미 대선 전 트럼프 캠프를 찾았을 때 이미 충성파가 결집돼 있는 등 상당히 완성된 인적 인프라가 있었다고 한다. 1기 행정부 당시 관료들의 내부 저항(딥 스테이트 논란)으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교훈 삼아, 재집권 전부터 철저하게 사람을 모았다는 것이다. 대선 전부터 일찌감치 약 2천명에 달하는 핵심 충성파들이 리스트업돼 있었고, 이들은 트럼프의 이념을 실행하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대선에 승리하고 취임 첫날 어떤 행정명령에 서명할지, 부처별로 어떤 관료를 축출하고 대체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을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는 의미다.
캠프에 모인 인물들을 비롯해 내각에 있는 인물들은 정책적 능력보다도 '트럼프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최우선 가치로 공유하고 있었다. 이는 트럼프가 개인적인 결정을 내리면 그 즉시 행정적 수단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임 직후 그린란드 합병 선언이나 베네수엘라 개입, 관세 폭탄 투하와 같은 파격적인 행보가 단기간에 쏟아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민 교수는 이 인적 자원들이 트럼프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주자인 J.D. 밴스 등과도 연결되어 있어, 트럼프 개인의 퇴임 이후에도 '트럼프주의(Trumpism)'가 미국 행정부의 주류로 장기간 군림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고 분석했다.
그린란드 합병 시도와 국제 질서의 붕괴
19세기식 제국주의, 함포외교가 귀환했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설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된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주권 존중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토를 병합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덴마크와 유럽이 그린란드를 지킬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강한 미국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민 투표를 통해 미국의 자치령으로 만들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실질적 통제권을 갖는 '영구 임대' 방식의 타협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하는 유럽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미국의 안보망에 무임승차했다고 비판하며,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5% 수준까지 올리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 교수는 트럼프가 그린란드 합병을 자신의 최대 레거시(제2의 루이지애나 매입)로 삼으려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실질적인 통제권 하에 들어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의 뒤를 이을 J.D. 밴스 등 마가(MAGA) 세력도 이 기조를 공유하고 있어, 이 흐름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병합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럽은 "말로는 반대하지만 행동으로 막을 힘이 부족한" 상황이며, 미국은 이를 이용해 거침없이 그린란드를 자국 영향력 아래로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유럽에는 대응에 한계…결국엔?
민 교수는 유럽이 미국에 맞서기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 차원(안보, 경제, 정보)에서 분석했다. 일단 유럽은 안보 자생력이 부재하다. 유럽은 지난 80년간 미국의 안보 우산(나토) 아래서 국방비를 아끼며 복지 국가를 건설해 왔다. 현재 유럽의 화력과 군사력으로는 미국 없이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으며, 트럼프는 이를 정확히 파고들어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 땅(그린란드)을 내놓거나 안보 비용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경제적 비대칭성도 상당하다. 유럽 8개국이 미국의 관세 폭주에 '보복 관세'를 예고하는 등 맞섰지만, 실상은 미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다. 미국은 유럽의 물건을 안 사도 버틸 수 있는 자원과 시장이 있는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유럽은 관세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 체력이 먼저 고갈되는 구조다.
정보 및 기술 격차도 있다. 현대전과 정보전의 핵심인 위성, 통신, 첨단 자산에서 유럽은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민 교수는 유럽이 큰소리를 치고는 있지만, 실제 '실력(정보력과 화력)' 면에서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럽 스스로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