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파혼으로 위장미혼 덮었지만…가리지 못한 부부의 흔적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장남의 '위장 미혼' 의혹에 "혼례는 올렸지만 관계가 깨어진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위장 미혼이 아닌 실제 장남의 부부 관계가 파혼 위기에 이른 상태여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로 인한 장남의 건강 문제까지 언급했지만, 이 후보자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 구석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장남의 신혼집을 두고 이 후보자 가족과 며느리가 끼워 맞춘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정황은 파혼 위기였다는 이 후보자의 주장에 의구심만 더욱 키우고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부양가족수를 부풀리려는 의도에서 장남의 혼인신고를 고의로 늦췄다는 이른바 '위장 미혼' 의혹에 "혼례 직후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남이 2023년 12월 혼례를 올리고, 부부로 될 거라 알고 신혼집을 마련했지만 저희 가족과 함께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부부) 관계가 깨지면서 생겨난 여러가지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로 (장남의) 발병도 있었다.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직후 파혼 위기를 맞으면서 혼인신고도, 세대분리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혼인 성립 불가일 뿐 위장 미혼은 아니라는 해명이지만, 장남 부부의 신혼집을 둘러싼 각종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이 후보자의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후보자의 장남이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구한 건 2023년 12월 2일이다. 장남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기 2주 전이다. 장남은 해당 아파트에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증금 7억3천만원의 전세권 등기도 설정했다.

전셋집의 경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으면 대항력이 생기기 때문에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등기상 전세권은 설정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장남은 전세권을 별도로 설정했다. 이 후보자의 주장대로라면 관계가 깨진 파혼 위기 상태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감수한 것이다.

건강상 문제가 생길 정도로 파혼 위기에 몰렸지만 신혼집을 처분하지 않은 채 전세권도 계속 유지했다. 그렇게 전세권 유지로 전입신고를 미루다가 국토교통부의 부정청약 조사가 끝나자마자 그제서야 신혼집으로 주소를 옮겼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의 자료를 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

현행 청약 제도에서 인정하는 부양가족은 만 30세 이상 자녀의 경우 미혼으로 한정한다. 부모와 주소도 같아야 한다. 이 후보자의 장남이 신혼집을 구하고도 전입신고가 아닌 전세권을 설정한 배경에 부모와 동일 세대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받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받는 비용은 600원인데 전세권 설정은 대략 200만원이 든다"며 "장남이 불화가 있었다면 전입신고만 하면 된다. 신혼집을 알아볼 때부터 전입신고를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서울에서 단 3.2%밖에 하지 않는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편과 아들 셋을 포함한 이 후보자 가족 모두가 아파트 청약 신청 이튿날 장남의 신혼집으로 주소를 옮긴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지점이다. 부부 관계가 깨져 며느리 혼자 살고 있는 신혼집에 며느리를 내치고 일가족이 이사를 간다는 건 상식과 다소 거리가 멀어서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자 일가족은 2024년 7월 31일 장남의 신혼집으로 전입하고, 며느리는 그보다 6일 전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으로 전출했다. 일가족은 그로부터 2개월쯤 뒤에 서초구로 돌아갔고, 며느리는 이튿날 다시 신혼집으로 들어갔다. 이 후보자 일가족과 며느리가 단기간 서로 꼬리물기식으로 전입을 오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임시 거처가 필요하면 다른 아파트를 단기 임차할 수도 있는데 굳이 파경에 가까운 상태인 며느리를 이사 보내고 집을 교대한 건 왜냐'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질문에 "갈 곳이 없다는 사정을 전달했다"고만 답했다.

며느리가 2차례나 이사하는 게 번거롭지 않았겠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며느리가) 집기나 살림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은 "같이 사는 게 불편했다면 며느리가 그냥 가방 싸고 나갔다가 돌아오면 되는데 왜 굳이 등본상 전출과 전입 기록을 남기느냐. 관공서의 의심을 피하려고 한 주민등록에서 며느리 이름을 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장남이 며느리와 경제 공동체에 기반한 사실혼 관계였음을 방증하는 정황들도 적지 않다. 장남이 신혼집에 전세권 등기를 설정하면서 이에 따른 세금을 며느리 몫까지 전액 납부하거나 혼인신고 이전부터 자동차 보험에 사실혼일 경우 인정되는 부부특약을 추가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며느리와 사이가 안 좋았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며느리가 하신 걸 보면 시간 라인이 기가 막히다"며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대박 로또 청약을 받을 수 있도록 결혼했는데 주민등록도 안 합치고 혼인신고도 기다려준 완전 효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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