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간 덕수궁 선원전 터를 지켜온 회화나무가 있다. 한때는 고사 판정을 받아 '죽은 나무'로 기억됐지만, 어느 날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살아났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는 이 회화나무의 시간을 따라가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미래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사진가 이명호가 덕수궁 선원전 터에서 회화나무 한 그루와 마주한 순간이다. 궁궐 복원 현장을 기록하던 그는 우연히 그 나무 앞에 멈춰 섰고,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온 존재가 품고 있는 시간과 기억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렇게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관심은 예술과 학술이 만나는 융합적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진집이나 궁궐 기록물이 아니다. 문학, 미술, 건축, 조경, 생태, 법률, 역사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그루의 나무를 중심으로 도시와 유산을 바라본다. 회화나무는 덕수궁 선원전 복원의 상징이자 도시 속에서 사라지고 남겨진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책은 묻는다. 복원이란 과거를 그대로 되돌리는 일일까. 도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워왔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공간에서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회화나무가 겪어온 화재와 훼손, 고사 판정과 회생의 과정은 단순한 자연사의 기록을 넘어, 도시가 지나온 시간과 인간의 선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대한 담론을 작은 존재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도시 유산'이나 '역사 복원'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회화나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문제는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의 풍경에도 긴 시간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 덕수궁의 흥망성쇠를 넘어,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함께 바라보자고 한다.
이명호·이은주·정혜진 외 지음 | 민음사 | 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