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중심에 기존보다 10배 큰 초대형 중국 대사관이 들어서게 됐다. 안보 우려로 번번이 막혔던 건립 승인이 8년만에 이뤄지면서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스티브 리드 주택지역사회부 장관은 옛 조폐국 부지인 로열 민트 코트에 주영국 중국 대사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해당 부지는 중국 정부가 8년 전인 2018년 2억5500만파운드(약 5천억원)에 사들였다. 2만㎡(약 6050평)에 달하는 이곳에 서유럽 최대 규모의 대사관을 지을 계획이었다. 현재 런던에 있는 중국 대사관의 10배 크기이며 미국 대사관보다도 크다.
대사관 건립 승인이 늦어진 것은 첩보활동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영국 정부가 여러차례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영국 야당과 안보전문가들은 이 부지가 영국의 금융 중심지 시티오브런던에서 가깝고 광섬유 케이블이 지나는 만큼 영국 금융체계에 보안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광섬유 케이블은 막대한 양의 금융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인데 중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해 승인 과정에 정보기관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중국 외교공관을 한데로 모으는 것이 안보상 이점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리드 장관 역시 내무부와 외무부를 포함해 국가 안보 담당 부처나 케이블 관련 업체에서 안보 우려가 제기되지 않았다며 케이블을 둘러싼 우려가 건설 계획 반려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번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 승인은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타머 총리는 이달 말 영국 총리로서는 2018년 테리사 메이 총리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스타머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워 중국과 경제 관계 강화를 추진해 왔다.
댄 자비스 안보부 장관은 이번 승인에 대해 "국가 안보와 중국과의 외교적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하원에서 설명했다.
영국 정부도 1억 파운드(약 2천억원) 규모의 중국 주재 영국 대사관 이전 계획에 대해 중국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기간 기다려온 중국은 영국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상히이 외국어대 중국·영국 문화교류센터의 왕한이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나친 안보 논리보다 실용적·이성적 외교가 승리를 거둔 사례"라며 "이번 결정은 국제적 의무와 주권을 존중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승인은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위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협력 문제를 안보나 정치문제로 몰고가려는 시도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라며 "제로섬 사고를 넘어 공동 이익에 집중할때만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외국어대 산하 상하이 글로벌거버넌스·지역연구원의 리관제 연구원도 "중국 대사관 부지 선정은 영국 정부와 정보기관의 면밀한 검토를 거쳤을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일부 영국 정치인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