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민의힘 보이콧으로 불발되면서 여당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청문회를 기준으로 대응 수위를 판단하려 했는데 그럴 기회 자체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애초 더불어민주당에선 딱히 이 후보자를 '지킬' 의사가 크지 않았다.
국민의힘 중진 출신, 즉 '우리 사람'이 아니었던 데다 내란 옹호, 보좌진 갑질,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까지 터지면서 방어가 쉽지 않다고 봤다.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 장철민 의원이나 국민의힘에 실망해 앞서 민주당으로 합류한 김상욱 의원이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 압박에 선제적으로 나섰던 이유다.
다만 당내에 "개별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일종의 함구령이 내려지고,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청와대를 통해 흘러나온 뒤 언급량이 줄었던 터였다.
거취 압박에 말을 보태려 했던 인사들도 '청문회까지는 지켜보자'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돌연 보이콧을 선언하고 19일로 예정됐던 청문회가 불발되면서 말 그대로 스텝이 꼬였다.
워낙 여론이 좋지 않은 터라 민주당 단독 청문회를 열거나 임명 강행을 기다리기엔 부담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를 얘기하기에도 어색하다. 법정 시한은 넘겼지만 여야가 합의하면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을 수는 있다.
때문에 당분간은 "청문회 기회를 잃은 건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보이콧 때문"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여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주목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 해명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면서도 "만약 임명을 강행할 뜻이 있다면 아예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는 게 전략적인 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내놓을 해명이 설득력이 없을 경우 그를 지명한 여권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낙마 여부와 관계 없이 청문회 무산이 외려 당에게 호재일 수 있다는 해석도 당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