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KDI포커스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라는 주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발표한 김선함 연구위원은 도시에 사람이 모이는 요인을 크게 생산성과 쾌적도로 꼽았다. 생산성이 높은 도시는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사람을 끌어들이고 또 임금이 같다면 쾌적한 도시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다.
다만 도시는 커질수록 혼잡해지므로 무한하게 커지지 않고, 통근시간과 주거비용이 높아지는 혼잡이용이 도시의 편익을 넘어서면 주민이 떠나고 유입도 줄어든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혼잡비용을 도시의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인 인구수용비용으로 보면서 "인구수용비용이 높은 도시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혼잡비용이 빠르게 커진다"며 "이를 상쇄하려면 높은 임금을 통한 보상이 필요하므로 인구가 적어지고 임금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생산성과 쾌적도가 높고 인구수용비용이 낮을수록 도시가 커진다는 취지다.
김 연구위원은 2005~2019년 전국 161개 시·군 자료를 토대로 수도권의 생산성이 비수도권보다 높았고 더 빠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2005년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 평균은 전국의 101.4% 수준이었지만, 비수도권 평균은 98.7%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2019년 전국 도시 생산성은 평균 16.1% 증가한 사이, 수도권은 20.0%로 비수도권 12.1%보다 약 8%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쾌적도는 비수도권에서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의 상대적 쾌적도는 -1.6%p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은 2.0%p 증가해 비수도권의 상대적 우위가 강화됐다.
인구수용비용은 수도권이 언제나 비수도권보다 낮았다. 2005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수용비용 평균은 각각 62.0%, 134.8%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수용비용의 격차에도 수도권의 생산성 우위 강화와 2005~2019년 수도권 집중을 심화했다고 봤다.
그는 "2005년 47.4%에서 2019년 49.8%로 상승한 수도권 비중 변화는 생산성이 주도했다"며 "다른 요인이 2005년 수준을 유지하고 생산성만 2005~2019년의 변화를 따랐다면 수도권 비중은 14.7%p 상승한 62.1%에 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쾌적도(-9.5%p)와 인구수용비용(-2.8%p)이 비수도권 지역 인구 유출 폭을 줄이는 방향을 작동해 2019년 수도권 비중은 2.4%p 상승한 49.8%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0년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의 생산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0년 조선업 불황,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철강 산업 침체 등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특히 그는 다른 모든 조건은 2019년 경제 수준이고 이들 도시의 생산성만 2010년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수도권 비중은 현실에 비해 2.6%p 낮은 47.2%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도권 비중을 낮추기 위해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전략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 발전 방향과 유사하다.
김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 2019년 기준 수도권 비중을 46%로 낮추기 위해서는 7개 거점도시(대전·세종·광주·울산·부산·대구·원주)에서 평균 8.2%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균형발전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프라 공급을 넘어 지역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개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생산성이 개선돼야 대상 도시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지역의 성장이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도시의 생산성이 향상하면 수도권 비중이 유의미하게 하락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