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린란드 노렸던 중국, 이대로 물러날까?

[강성웅의 글로벌포커스]
트럼프 "그린란드, 중·러에 뺏길 것"
中 해경함, 2024년 북극해 첫 진입
中, 옛 美 해군기지 매입 시도했다
美 연구소 "中, 극지방 강대국 노려"
中 "자국 이익 위해 남 핑계 말라"

지난 2024년 10월 1일 중국의 해경 함정 2척이 사상 처음으로 북극해에 진입했다. 사진은 북극해 진입 4일전 미국 해경이 베링해에서 촬영한 중국 함정의 모습. 미국 해안경비대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이 실제 상황으로 진행중이다. 무력 동원 가능성도 이전보다 현실성 있게 들린다.
 
베네수엘라에 특수부대를 보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온 미국이다. 전초전은 끝났고 동맹국을 겨눈 진짜 게임이 다가오고 있다.
 
단지 군사작전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미군에 그린란드 점령은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그린란드는 한반도보다 약 10배 넓은 면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하지만 인구는 고작 5만 6천여 명에 불과하다.
 
군 병력은 150명 정도다. 그것도 그린란드의 방위를 책임지는 덴마크에서 파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군대를 '두 대의 개썰매'로 폄하하며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게다가 현재 그린란드에는 약 2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미군은 2차 대전 때인 1941년부터 그린란드에 계속 배치돼 있다.
 
미군 부대는 그린란드 북서쪽 해안의 '피투픽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 옛 툴레 공군기지 Thule Air Base)에 있다.
 
덴마크는 부랴부랴 그린란드 섬에 군대를 증파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8개국도 병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10여 명 정도 씩이다. 상황에 따라 늘어날 수 있지만 미군의 상대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파병한 국가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관세 위협은 당장 전쟁상태에 돌입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유럽은 단결과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미국과 유럽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77년 역사의 나토(NATO) 체제가 붕괴되고 대서양 동맹이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그린란드 북서쪽에 위치한 미국의 피투픽 우주기지. 약 2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피투픽 우주기지 페이스북(2023년 8월 25일 게시) 캡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에어포스원' 전용기에서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주변이 중국과 러시아의 함정들로 뒤덮여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안보 차원에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점령할 수 있다"며 겁을 주고 있다.
 
이것은 그린란드 합병을 정당화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레토릭이다. AP통신의 1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AP통신은 "러시아 군이 (그린란드 주변이 아닌) 스칸디나비아 연안의 바렌츠해(the Barents Sea)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알래스카 남쪽의 베링해에 군사력을 보유"한 정도가 현재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도 발끈 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12일 미국을 겨냥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핑계로 삼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마오닝 (毛宁)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고 이런 사실만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에 대한 야심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 2024년 10월 1일 중국은 해경 함정 2척을 북극해에 진입시켰다. 사상 처음이다. 
 
이날은 신중국 수립 75주년 기념일이었다. 중국이 북극지역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9월 13일 중국 동부 저우산(舟山)항을 떠난 중국 함정 2척은 동해를 거쳐 오츠크해와 베링해, 추크치해를 통과해 10월 1일 북극해로 들어갔다.
 
3천 톤 급의 메이산함(梅山舰)과 시우산함(秀山舰) 등 중국 해경선들은 항해 기간 동안 러시아 함정들과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해경 함정들의 북극해 훈련이 "낯선 해역에서 임무 수행 능력을 종합적으로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북극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기동과 교신을 하면서 작전을 펼 수 있도록 점검했다는 의미다.
 
당시 편대 지휘관 허펑(何峰)은 "중국 해경이 양자 및 다자간 해양 법 집행 협력을 추진"하고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중국이 북극해까지 해상 작전의 반경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국 해경함의 첫 북극해 첫 진입 당시 합동 항해에 나섰던 러시아 해양 경찰 함정. 미국 해안경비대의 HC-130J 슈퍼 허큘리스 항공기에 의해 포착됐다. 미국 해안경비대 홈페이지 (2024년 9월 28일 촬영) 캡처

중국이 해군 군함보다 무장 수준이 낮은 해양 경찰 함정을 보낸 것은 북극권 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부르킹스연구소의 2021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전투함들도 2015년 9월부터 알래스카 남쪽 베링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의 최신 구축함들이 북극해와 가까운 베링해에서 러시아 군함과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횟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군함들도 얼마든지 북극해에 진입해 작전을 수행할 역량을 갖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중국의 독자 위성항법 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는 함정의 북극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이 노르웨이 영토 스발바르제도에 세워진 황허(黃河)북극과학기지. 중국 극지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최근 중국의 북극지역 과학기지들이 중국의 우주와 군사 능력을 증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와 아이슬란드 북부 카르홀에 각각 1곳씩 2개의 북극 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정보기관(NIS, Etterretningstjenesten)은 연례 보고서 '포커스 2024'에서, "북극이 중국의 민간 및 군사 분야 우주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이 북극지역에서 군사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판단했다.

지난2016년 중국이 매입을 시도했던 그린란드 남서쪽 캉일린구이트(Kangilinnguit)의 옛 미군기지 부지. 구글 지도 캡처

중국이 북극권의 지리적 요충지나 핵심 인프라 점유를 여러 번 시도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그린란드도 중요 대상지 가운데 하나다.
 
2016년 중국의 광산 및 무역회사인 제너럴 나이스 그룹(General Nice Group, 俊安集团)은 그린란드에 있는 옛 미국 해군기지를 매입하려 했다. 
 
그린란드 남서쪽 캉일린구이트(Kangilinnguit)에 위치한 이 항만 부지는 1942년 미군이 해군기지를 건설했던 곳이다.
 
캉일린구이트는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Nuuk)에서 북서쪽으로 200여 km 떨어진 군사적, 경제적 요충지다. 
 
지난 2018년~2019년에 중국은 그린란드의 주요 공항 건설 사업 참여도 시도했다. 
 
중국 국영 교통건설공사(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 Company)가 누크, 일루리사트, 카코르톡 등 3개 공항의 건설 및 확장 공사에 응찰한 것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중국이 공사 참여를 지렛대로 공항 운영권을 노릴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됐다.
 
결국 옛해군 기지 매입과 공항 공사 참여 시도는 덴마크와 미국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이것은 그린란드의 중요 거점을 확보해 '극지방 강대국'(polar great power)이 되려는 중국의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미국 부르킹스연구소, 북방 원정: 중국의 북극 활동 및 야망, Northern Expedition: China's Arctic Activities and Ambitions, Rush Doshi, Alexis Dale-Huang and Gaoqi Zhang, 2021년 4월)
 
이 보고서는 특히 "중국이 '극지방 강대국'이 되기를 열망하지만 이런 목표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희토류 기업 성허자원(盛和资源)의 장시성 건물. 중국 성허자원 홈페이지 제공

중국이 일찌감치 그린란드의 자원 확보에 뛰어든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희토류 기업 성허자원(盛和资源)은 그린란드 크바네펠트 희토류 광산의 경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호주 기업이 희토류와 우라늄의 채굴을 위해 이 광산에 투자를 했는데, 중국의 성허자원이 2대 주주로 참여한 것이다.
 
주민들의 반대로 채굴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크바네펠트 광산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로 꼽히고 있다.
 
성허자원은 여기서 나온 광물을 전량 매입하는 권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중국 회사가 운영권을 장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 미국 CSIS 'Greenland, Rare Earths, and Arctic Security', 2026년 1월 8일)
 
지난해 10월 30일 김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앞서 지난 2018년 중국 정부는 '북극정책'이라는 중요 전략 문서를 발표했다.  
 
북극지역에 영토를가진 나라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8개국이다. 
 
이 문서에서 중국은 스스로를 '준북극 국가(Near Arctic State)'로 규정했다. 
 
아울러 북극의 해상 항로를 '극지 실크로드'(Polar Silk Road)라고 부르며 독자적 접근방법까지 제시했다.
 
이것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세력 확장 전략인 이른바 '일대일로 구상(Belt and Road Initiative)'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단지 교통로 개척과 자원 확보 뿐 아니라 군사 안보와 지정학 차원에서도 북극지역에 적극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지난 1월 17일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야심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적나라한 국익 추구 행위이자, 동시에 패권 도전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장악을 좌절시키려는 트럼프식 대응이다.
 
믿었던 동맹국으로부터 영토를 강탈당할 위기에 처한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유럽이 스스로 그린란드를 지킬 능력이 없다면, 트럼프의 도발을 막아낼 묘수를 찾는 일은 아득할 듯하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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