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다음 이야기 알아볼까요?
◇ 최서윤> 탈 플라스틱 한다면서 물티슈만 예외. 정부가 지난달 탈 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 공개했습니다.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서 올해 상반기 중에 최종 대책을 확정하는 과정에 있는 거예요. 정부가 보니까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우리나라에서 연간 7%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발생하는지 물질 흐름을 처음으로 분석해 봤더니 포장재랑 용기류와 같은 일회용품 폐기물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더라는 겁니다. 일상에서 쉽게 떠오르는 게 일회용 커피 컵이랑 빨대가 크고요. 그다음에 배달 용기 사용량 굉장히 많이 늘고 있죠. 그리고 생수나 음료 페트병 사용량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집중 공략해서 한 50만 톤에 달하는 일회용 폐기물 배출량을 5년 안에 5분의 1토막 내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런데 규제 품목 어디에도 진짜 많이 쓰고 있는 일회용품인 물티슈가 포함되지 않아서 문제다, 이런 지적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는 안 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물티슈는 워낙 편리하다 보니 저도 별로 생각 없이 식당 가서 화장실 가서 손 씻기 귀찮으면 썼던 기억이 나네요. 한번 얘기해 주세요.
◆ 홍종호> 결국 석유 제품이네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물에 적신 티슈, 단순히 그게 아닙니다. 우선 사진을 한번 보실게요. 영국 공영방송 BBC 12월 23일 보도 화면입니다. 보시면 터널 안에 구름처럼 뭉게뭉게 무언가 뭉쳐 있잖아요. 이 터널이 하수관로예요. 그리고 뭉게뭉게 구름 같은 게 기름 덩어리라고 해서 'Fatberg(펫버그)'라고 부르더라고요. 런던 동부 하수구가 이걸로 막혀 있는 모습이에요. 보시면 길이가 약 100m(미터)로 무게도 약 100톤에 달하는 걸로 추정되는 거대한 기름 덩어리에 배수구가 막힌 모습입니다. 이 펫버그의 주범으로 지목된 게 바로 물티슈라고 해요. 물티슈가 원래 물에 제대로 안 녹잖아요. 그런데 녹는다고 착각할 때가 많아요. 그냥 버려지면서 기름때랑 결합해 매년 막대한 하수 인프라 복구 비용을 발생시키는 겁니다.
◇ 최서윤> 영국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하수 처리장 스크린 공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의 80~90%가 물티슈라고 해요. 이게 하수도 시스템 관리에 우리나라에서도 골칫거리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 홍종호> 결국 사용하고 폐기되면서 수도 관로를 통해서 하수도로 흘러가는 식으로 되는군요. 시정이 안 되는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근본적인 원인이 뭡니까?
◇ 최서윤> 물티슈를 규제하는 법률 근거가 다른 일회용품이랑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규제하는 기본법률이 자원 재활용법으로 정확히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있어요. 환경 유해성이 높은 일회용품 사용 억제하고 무상으로 주는 것도 금지하자는 법률이고요. 법률 시행 규칙을 보니까 별표 2라고 해서 대상 품목을 쭉 열거하더라고요. 일회용 컵, 일회용 접시, 나무젓가락, 일회용 이쑤시개, 일회용 쇼핑백 이런 거 쭉 나와요. 계속 개정되면서 규제 품목도 늘고 있거든요.
최근에는 일회용 면도기, 칫솔, 치약, 샴푸, 린스 이런 거 무상 제공 금지 대상 됐어요. 그래서 아마 국내 호텔 방문하신 분들 바로 체감하셨을 거예요. 어메니티 제공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물티슈가 여기 빠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티슈는 법률상으로는 화장품법의 규제를 받는 화장품이기 때문입니다.
◆ 홍종호> 물티슈가 공식적으로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거군요.
◇ 최서윤> 인체 청결을 위해 사용한다고 해서 화장품으로 규제하니까 인체 안전성, 위생 규제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유통이 가능한 상황이에요. 환경 유해성이 되게 높은데도 문제가 아무리 높아도 인체에 안전하기만 하면 표시 광고 규제도 덜 받는다는 맹점이 있어요. 수면 느낌, 물에 잘 녹는, 깨끗한 이런 문구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일종의 그린워싱이란 지적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소비자한테 환경 오염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다, 이런 실체하고는 정반대의 인식을 주는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자원재활용법 규제만 받으면 강력하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요. 왜냐하면 자원재활용법 규제받는 제품은 생산자한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까지 부과하는 EPR 제도라고 하죠. 이 생산자 책임 제도를 시행하고 대상 품목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인데 물티슈 판매자들은 지금까지는 이런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하수도 막아서 지자체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데도 현행법상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 거예요. 아주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홍종호> 듣고 보니까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게 친환경이다, 라고 해서 물티슈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환경 처리 비용은 폐기물 부담금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네요. 또 하수 인프라 복구에서 문제 생기면 국민 세금으로 수리해야 되고 고쳐야 하는 상황이군요.
◇ 최서윤> 정부도 물티슈 규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이전 환경부 시절에 식당용 물티슈 사용 제한을 도입하려고 했고요. 그런데 업계 부담이 예상되다 보니까 사용 제한 대신에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게 해볼까 이쪽으로도 틀어보려고 했는데요. 여러 가지 사정을 여기저기 고려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뚜렷한 규제책을 내놓지 못한 점도 있다고 해요. 물티슈를 제일 많이 쓰는 소비처가 식당인데 요즘에 식당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되게 가중되는 업종 중 하나잖아요. 그리고 영유아 키우는 가정에서도 물티슈를 제일 많이 쓰고 있어요. 아기들 기저귀 갈 때도 그렇고 행주 같은 거를 삶아서 다 일일이 하기가 어려우니까 물티슈를 손쉽게 뽑아서 쓰는 데 익숙한 거죠.
◆ 홍종호> 근본적으로는 아직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께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플라스틱이고 석유 제품이라 환경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는 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이 안 돼 있는 거죠.
◇ 최서윤>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다, 해로울 수 있다는 정보 전달도 중요할 것 같고요. 규제 준비할 때 정부 의뢰로 작성된 용역 보고서가 있는데요. 여기 보니까 얼마나 많이 쓰고 있냐면 식당이랑 카페 이런 데서 쓰는 업소용 물티슈 생산량이 연간 31만 톤 넘고요. 가정에서 주로 쓰는 인체 세정용 물휴지는 130만 톤 가까운 걸로 추산됐습니다. 물티슈 폐기물 처리 비용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매년 1,700억 원씩 들어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숫자로 다 말할 수 없는 더 큰 비용이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후부도 물티슈 규제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긴 해요. 영국 사례를 참고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영국이 최근에 물티슈 퇴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 홍종호> 아예 하수도에 그런 문제 생긴 이후로 규제해야 한다는 거군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영국이 25개년 환경 계획이라는 로드맵을 통해서 2042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전면 퇴출을 추진 중입니다. 빨대를 제일 첫 번째 퇴출 대상으로 삼았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로 면봉도 사라진다고 해요. 그리고 세 번째로 몰아내겠다고 한 게 물티슈예요. 그래서 지난 11월에 판매 금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부 의료용이나 특수 산업용 제품은 아주 일부 필요한 부분에만 엄격하게 예외를 적용하고요. 나머지 대다수의 플라스틱을 함유한 일회용 물티슈는 생산과 유통 단계부터 원천 차단됩니다. 웨일스와 스코틀랜드는 올해 안으로 시행된다고 하고요. 수도인 런던에 있는 잉글랜드랑 북아일랜드는 내년 중 시행된다고 합니다.
◆ 홍종호> 영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걸 직접 규제라고 하거든요. 아예 금지, 생산과 판매 및 유통 소비 모두 금지, 이런 게 조치 중 강력한 조치거든요. 이런 걸 한다는 것은 저항이 심하니까 아마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문제라는 식의 공감대가 있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상당히 강력한 퇴출 의지가 돋보이는 상황이고요. 우리는 일단 물티슈를 법률적으로 화장품이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는 것으로 분명하게 해서 환경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차적으로 시행돼야 할 아주 시급한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듯이 정확한 정보를 통해서 국민들 사이에서 물티슈가 종이가 아니구나, 이것부터 알아야 하겠고요. 화장품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꼭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 최서윤> 영국에서도 원래는 물티슈 팔 때 똑같이 했대요. 천연 소재다, 물에 녹는다고 해서 소비자가 물티슈의 환경 유해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는 우리랑 똑같았다고 해요. 그런데 제대로 인식 개선도 나서고 공청회도 해서 설문을 했더니 응답자의 95%가 판매 금지 입장을 낸 거예요. 그래서 강력한 사회적 합의 단계를 거친 겁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가정에서 행주 빨아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잖아요. 결국은 국민 합의에 따른 원천 감량, 아예 안 쓰는 게 환경 문제의 답인 경우가 많아요. 요즘에 생분해성 물티슈도 나오는데 생분해성이라는 것도 오해하기 쉽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처음에 생분해성 물티슈를 사면 환경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구매했거든요.
◆ 홍종호> 사용하는데 별로 저항감이 없잖아요.
◇ 최서윤> 구하기도 어려우니까 일부러 온라인으로 대량 주문했어요. 쌓아두고 쓰면서 생분해성 물티슈는 써도 되려나 해서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기후부 관계자분이 설명해 주시는데 생분해성 물티슈가 엄청 그린워싱이라서 고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생분해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한 100년, 200년 뒤에 됩니다.
만약 물티슈를 쓰고 산 위에 뒀어요. 그러면 100년, 200년 뒤에 생분해되어 사라지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기다릴 수도 없고 그만큼 적게 쓰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많이 쓰잖아요. 그러면 결국에 재활용 안 되니까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고 만약에 매립된다고 하면 언젠가는 생분해가 될 수도 있지만 수도권 직매립 금지되어 있고 종량제 봉투는 불타는 쓰레기잖아요. 그러면 결국에는 버려져서 소각되는 쓰레기인 건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생분해성이라는 말도 그린워싱이라 되게 머리가 아프다 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빨대도 커피 전문점에서 한동안 종이 빨대 쓰다가 다시 원상 복귀됐잖아요. 종이 빨대도 음료 마시려고 표면에 특수 코팅을 하다 보면 환경에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플라스틱 빨대로 복귀했지만 꼭 달라는 사람 빼고 빨대 안 주는 식으로 사용량 자체를 줄여간다는 방침입니다. 아예 안 쓰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 홍종호> 모든 것들이 다 석유 제품이고 그 석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소비 행태도 바뀔 것이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