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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단독]'다크패턴' 창안한 英 박사 "기업들 함정 더 정교해졌다" (계속) |
디지털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의 이용자 확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Dark Patterns)'은 더욱 교묘하고 정밀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다크패턴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지 버튼, 은밀하게 추가된 유료 옵션 등 사용자의 심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기만적 설계를 의미한다. 한국 역시 최근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규제의 칼날을 세우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특히 2026년에 접어들며 AI를 결합한 개인화된 기만 설계가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진 시점이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다크패턴'이라는 용어를 처음 명명하고 전 세계적 담론을 이끌어온 세계 최고의 UX 권위자인 해리 브리그널(Harry Brignull) 박사와 다크패턴을 재정의하고 위험성을 점검했다.
해리 브리그널 박사는 인지과학 박사(PhD in Cognitive Science)이자 사용자 경험(UX) 전문가로 알려졌다. 브리그널 박사는 15년 전부터 기만적 디자인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브리그널 박사가 정립한 다크패턴의 분류 체계는 현재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비롯한 글로벌 규제 가이드라인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브리그널 박사와 인터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첫째 주까지 4차례 서면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술은 본래 사용자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변화했습니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 마케팅과 설득,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된 것이죠.
제가 2000년대 초반 사용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할 무렵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당시 수백 시간의 사용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기업들이 수정하기를 거부하는 '나쁜 디자인' 사례들을 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기이하게 여겨 동료들과 논의하곤 했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 제안을 받았는데, 주최 측은 제가 평소 비판해 온 '사용자를 속이거나 가두어 공급자의 이득을 취하는 나쁜 디자인'을 주제로 다뤄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그해 여름, 사례를 수집하고 명칭을 고민해 유형별 분류(Taxonomy)를 정립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용어가 이토록 큰 파급력을 가질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Q. 최근에는 '다크패턴' 대신 '기만적 설계(Deceptive Design)'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선호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용어가 대중화된 후 '다크(Dark)'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인종차별적 맥락을 함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영단어 'Dark'는 중의적입니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도덕적으로 의문스러운 상태를 은유하기도 하지만, 색의 농도를 나타내기도 하죠.
저는 언어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만적이고 조작적인 설계 패턴(Deceptive and Manipulative Design Patterns)' 줄여서 '기만적 패턴'이라는 용어를 제 웹사이트와 저서에 도입했습니다. 다만, 이미 여러 법률과 규제에 '다크패턴'이라는 용어가 명시되어 있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Q. 다크패턴 근절 운동을 시작하신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초기와 비교했을 때 디지털 세상은 더 윤리적으로 변했나요, 아니면 '함정'이 더 정교해졌을 뿐인가요?
'규제 강화'와 '기술 산업의 급성장'이라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규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EU에서는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이후 쿠키 수집 거부 버튼을 승인 버튼만큼 명확하게 배치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 산업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했습니다. 산업의 확장 속도에 비해 기만적 설계의 감소 속도는 더딘 게 현실입니다.
함정의 정교화 문제는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현대의 AI 도구는 사용자에 대해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응답을 개인화합니다. 이는 실시간으로 개인의 취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거대한 조작의 장을 형성합니다. 최근 제정된 EU AI 법(AI Act)도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규제가 불투명하고 가변적인 시스템의 속도를 따라잡아, 과거의 패턴이 사라진 자리에 더 강력한 새로운 패턴이 자리 잡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Q. 기업들은 다크패턴을 '설득적 디자인'이라 항변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두가 기만적 패턴의 금지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성장과 이윤을 위해, 혹은 규제 대응 비용을 피하기 위해 이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을 들을 때는 그 이면에 숨겨진 동기를 살펴야 합니다.
기만적 패턴의 핵심 특징은 개인의 자율성(Free Will)을 침해한다는 점입니다.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면 내리지 않았을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것이죠. 반면 '설득'은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존중하며 권장하고 거절이나 퇴장 역시 동일하게 쉬운 선택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나만 꼽기는 어렵습니다. 패턴은 대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많은 분이 공감할 만한 사례로 '사전 선택(Preselection)', 일명 '나쁜 기본값(Bad Defaults)' 패턴을 자주 언급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기본으로 설정된 옵션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기본값 효과(Default Effect)'라는 인지 편향을 악용합니다. 체크박스를 미리 선택해 두거나, 요청하지 않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 등이 포함됩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기업이 사용자에게 명확하고 공정하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는 점입니다.
Q. 사람들은 왜 다크패턴을 인지하고 있어도 쉽게 당하는 걸까요?
공략 가능한 심리적 약점은 매우 다양합니다.
첫 단계는 '지각'입니다. 기업은 특정 정보를 눈에 띄게 배치하거나 숨김으로써 사용자의 시선을 유도합니다. 그다음은 '이해와 의사결정' 단계입니다.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수십 가지의 인지 편향(Cognitive Biases)은 인간이 가진 천연적인 약점입니다. 학문적 연구는 인류를 돕기 위해 진행되지만, 안타깝게도 기업들은 이를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다크패턴이 없는 '클린 인터넷'은 실현 가능한 미래일까요?
인간은 역사적으로 늘 서로를 속이고 조작해 왔습니다. 이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100% 완벽하고 안전한 상태라는 이상보다는 피해를 줄여나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기업 역시 사람이 운영하는 조직이기에 실수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마지막 조언을 드리자면, 온라인에서 활동할 땐 항상 경계심을 가져야합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나 소비자원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셔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온라인 세상은 비로소 조금 더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