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특히 환경운동의 현장을 누볐던 성복임(더불어민주당·군포4) 경기도의원은 자신을 '뚜벅이'라고 정의한다. 운전면허도 없이 발로 뛰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그의 정치는 '속도'보다는 '방향',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향해 있다. 군포시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을 거쳐 경기도의회에 입성한 성 의원을 만나 그의 의정 철학과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시민의 시간이 곧 나의 시간"
성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불통'이었다. 시민단체 활동 당시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중심으로만 운영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현실을 목격하며 직접 정치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군포시민정치연대 후보로 선출돼 군포시의회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그는 "내가 쓰는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시간"이라는 책임감으로 현장을 돌았다.
그의 진심은 성과로 증명됐다. 군포시의회 의장 시절, 에너지 조례를 제정해 '시민 햇빛발전소' 3기를 건립하며 환경 가치를 실천했다. 또 비위 의원을 두 번이나 제명하는 결단을 내리며 의회의 윤리 기준을 높였다. 특히 징계 규정의 맹점을 발견하고 국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법 개정을 요청해 일부 반영시키는 등 '깨끗한 의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고(故) 김판수 의원의 뜻 이어… "군포의 대반전 꾀할 것"
현재 성 의원은 별세한 고(故) 김판수 의원의 뒤를 이어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임기는 1년 4개월로 짧지만, 그가 짊어진 지역 현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성 의원은 현재 수원~시흥 고속화도로의 군포 구간 지하화 계획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포시민은 이용할 수 없는 도로임에도 지하화 과정에서 대규모 주택 단지의 지반 침하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수리산을 관통하며, 자가용 위주의 정책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포시민들이 숙원하는 경부선 및 안산선 지하화 사업 노선과 충돌해 지장을 줄 수 있다. 성 의원은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산을 뚫는 토목 사업보다는 대중교통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산본천 복원, 철도 지하화 등을 통해 군포시의 '대반전'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다.
"당선되는 날부터 내려갈 준비 해야…언제든 시민 곁으로"
성 의원의 일상은 '뚜벅이' 생활 그 자체다. 가까운 곳은 걷고, 먼 곳은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승용차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발의한 '경기도 교통약자 교통비 지원 조례안' 역시 250여 명의 노인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을 생생하게 청취한 결과물이다.
성 의원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당선되는 날부터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력의 공허함에 빠지지 않고 임기가 끝나면 언제든 다시 시민단체 활동가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한결같은 사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뚜벅이'로 남고 싶습니다."
다음은 성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정계 입문 계기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했다. 시민운동 중에는 특히 환경운동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자치단체가 행정 중심으로만 이끌려는 경향이 강해 시민단체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직접 정치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포시민정치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 입당했고 군포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Q. 정계 진출한 뒤 목표는 무엇이었나
군포시의회 입성할 때 10가지 정책을 준비했다. 개인 능력이 아닌 시민정치연대에서 선정돼 후보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 어깨가 너무 무겁고 책임감도 과중했다. 시민정치연대가 채택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지런히 현장을 돌고 의정활동을 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시간은 나의 시간이 아니고 시민들의 시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그런 노력을 군포시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던 것 같다.
Q. 당시 주력했던 의정활동을 소개해달라
환경운동과 에너지운동에 집중했다. 에너지 기본 조례를 만들면서 시민 햇빛발전소를 군포에 3기 설치했다. 시민들이 출자하고 경기도 공모사어에 신청해 시민 50%, 경기도 30%, 군포시 20% 비율로 예산을 마련했다. 햇빛발전소를 만들면서 시민들에게 에너지와 환경의 중요성을 직접 교육하고 그 가치를 나누는 과정이 너무 소중했다.
군포시의회 의장 시절에는 시민 눈높이에 맞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임했다. 그런 마음가짐에서 윤리특별위원회 활동도 두 번이나 했다. 부정에 가담한 의원을 두 번 제명했다. 그 과정에서 규정대로 징계를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징계 양정구간에 맹점이 있었다. 군포시의회 윤리규정에 징계가 사과와 경고, 출석정지 30일, 제명 이렇게 4단계였다. 경징계와 중징계의 간격이 너무 컸다. 출석정지 20일과 제명 사이에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감봉에 해당하는 내용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당시 국회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을 찾아가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이런 내용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해 일부 반영하는 성과도 냈다.
두 번 제명한 군포시의원은 당시 법무사였던 자신의 직업 성격을 악용해 군포시와 산하기관의 등기업무 등을 다 떠맡아 문제가 됐다. 이해충돌을 이유로 징계를 내렸는데 징계 기간 동안 다른 재개발 사업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재차 제명 조치했다.
해당 시의원이 법원 가처분 인용을 통해 복귀했다. 복귀 이후 두 번의 제명 조치가 과했다며 나에게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과 동료 의원들이 제식구 감싸기 보다는 시민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에 응원을 해줘서 용기를 얻었다. 깨끗한 의회로 가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알아줬던 것 같다.
Q. 경기도의회 입성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군포시의장 임기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불행히도 지역구 경기도의원이었던 김판수 의원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보궐선거가 발생했고 지역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있어 도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출마를 마음먹기 쉽지 않았다. 고 김판수 의원의 가족들의 아픔을 알고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이런저런 일을 함께 했던 동지였기에 아픔이 더 컸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먹먹했다.
Q. 임기가 짧다. 도의회에 입성한 뒤 가진 목표는 무엇이었나
1년 4개월의 임기다. 짧지만 지역사회와 관련된 여러 공약을 갖고 왔다. 대표적인 게 경부선 및 안산선 지하화와 산본천 복원 문제, 군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관련 지원 문제 등이었다. 수원-시흥 간 고속도로가 군포구간을 지하로 지나가는 문제에도 관심이 크다. 수리산을 관통하고 군포의 대규모 주택 단지의 지하를 지나가는 걸 경기도가 계획하고 있는데 군포시민 전체가 이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또 수리산을 관통하고 군포의 대규모 주택 단지에 지하로 해서 지나가는 이런 계획이 현재 경기도에서 되어 있는데 군포시민 전체가 이 계획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도로의 원천 무효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건설교통위원회에 들어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적극적으로 군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진하고 있다.
사실 건설교통위원회는 그동안 활동했던 시민운동이나 환경운동과 거리가 멀어 생소했다. 그러나 돌아가신 고 김판수 의원이 활동했던 위원회여서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고인의 뜻과 역할을 어어가면서 저만의 색을 낼 수 있는 의정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노인 교통비 지원사업을 제안했다. 80세 이상의 고련 노인들에게 버스나 지하철 비용을 지원하는 건 사실 '그림의 떡'과 같다. 버스가 출발할 때나 급정거할 때의 위험, 계단, 경사진 도보 등을 감수하고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문제를 감안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노인이든 교통약자든 다양한 맞춤형 교통정책을 발굴하고 그것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수원-시흥 고속화도로의 군포구간 지하화 문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도로는 수원-시흥 고속화도로는 사실 의왕시에서 시흥시까지 끊어진 고속화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먼 길로 돌아갔던 길을 단축하자는 취지인데, 그 노선 가운데 군포시내를 관통하기 어려워 지하화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군포시민은 이 도로를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군포시가 소외된 도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하구간에는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를 포함하고 있다. 지반 침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 사업 노선은 경부선 및 안산선 지하화 사업 노선과 충돌한다. 경부선과 안산선 지하화에 지장을 준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사업은 수리산을 관통해 환경 훼손 우려도 크다. 경부선 및 안산선 지하화 사업은 반대로 군포시민들이 적극 찬성하는 사업이다.
조금 더 혹은 약간 더 빨리 가기 위해 이렇게 산을 뚫는 게 맞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길을 닦고 산을 뚫는 교통망 사업은 그만해도 되지 않겠나. 전혀 없는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가던 길을 조금 더 빨리 가게 하기 위한 사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런 사업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에게 유리하다. 대중교통을 발달시키는 정책으로 가야한다. 환경단체 등과의 충돌은 물론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 대중교통 강화를 더욱 고민하게 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Q. 정치를 하면서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맞다. 가만히 멈춰있는 것을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다. 내 시간이 나만의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단히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조급함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 요즘에는 초심을 잃지 않되 느긋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함께 일을 해결하자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으로 건설교통위원회 활동을 하려고 한다. 내가 속한 정당도, 경기도의회 활동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을 했기 때문에 승용차 운전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한 약속이었고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다. 운전면허도 없다.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고, 조금 멀면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승용차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가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고 더 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다. 뚜벅이 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Q. 정치 여정을 꿰뚫는 덕목 또는 철학이 궁금하다
뚜벅이로 살고 싶다. 걷는 게 건강에 좋지만 지역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 만나면서 어떤 현장의 불편함도 파악할 수 있다. 소통도 쉽다.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더 깊은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사고 운전을 하면 더 빨리 갈 수 있겠지만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마음을 지키고 싶다. 마음가짐의 변화 또는 나태함을 경계한다.
최근에 노인 교통비와 관련한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를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었는데 깜짝 놀란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토론회를 왔다. 각 경로당에서 많은 노인분들이 참여했다. 250명은 넘었던 것 같다. 고령의 노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어떤게 불편했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걸어 오는 길은 어땠는지, 노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교통정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경기도 교통약자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할 수 있었다.
Q. 남은 임기동안 목표가 궁금하다
6개월가량 임기가 남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몸 담은 건설교통위원회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도로와 교통, 하천 등을 담당하면서 경기도를 막힘없이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위원회라는 걸 느낀다.
군포시의 경우 1기 신도시와 기존 도시, 3기 신도시가 얽혀있다. 재건축 등이 필요한 1기 신도시 문제, 철도 지하화 문제 등 문제가 산적하다.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대통령 공약에도 포함됐다. 경기도가 최근 철도와 교통과 관련한 종합계획을 반영했다. 1기 신도시 지역의 재건축·재개발과 철도 지하화가 이뤄지면 군포시가 전혀 다른 도시로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산본천 복원 문제의 경우 2022년에 환경부의 통합하천 공모사업에 선정됐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주지 않아 진행이 더뎠다. 이 문제 역시 대통령 공약에 포함되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30여년 동안 땅 속에 묻혔던 산본천을 다시 드러낸 다면 군포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광역 교통망 구축과 교통 공공성 확보 역시 과제다. 자가용이 없어도 대중교통을 통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환경오염과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다. 대중교통 정책을 강화해 지구가 짊어진 짐도 덜어내주길 바란다.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초심을 잃지 않은, 한결같은 사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초선일때와 재선, 3선일 때 달라지는 정치인이 많다고 한다. 시민들의 눈에는 그게 보인다. 걸음걸이는 물론 어깨의 높이도 달라진다고 하더라.
평소 후배 정치인들에게 "당선되는 날부터 내려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임기가 끝나면 시민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의원이든 도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반드시 그런 날은 온다.
자연스럽게 퇴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스스로 마음의 공허함을 지우기 위해 어떤 권력이든 자리든 올라갈 때는 반드시 내려갈 준비도 같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경기도의원이지만 다시 시민단체로 돌아가면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할 것이다. 그게 맞다. 어느 자리에서 일하는 것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가에 집중하고 의미를 두고 싶다.
Q. '성복임은 ○○○이다'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성복임은 뚜벅이다. 걷는 이유는 군포시를 구석구석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서다. 더 많은 시민을 만나고 싶어서다. 정치를 하는 한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봐야 한다. 항상 뚜벅이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