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독립적인 통화정책 기능을 수행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 제롬 파월을 겨냥해 수사를 개시하고, 이에 파월 의장이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고 공개했다.
금리인하를 통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경기 진작을 희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상승을 우려해 금리동결 통화정책을 폈던 파월 의장이 눈에 가시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 자'(Mr. Too late)라고 칭하며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멍청하다" 등의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연준은 금리를 세 차례(0.75%포인트) 낮춰 현재 연 3.50~3.75%로 조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에 차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워싱턴 DC에 있는 연준 청사의 개보수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해 세금이 잘못 쓰이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개보수 등) 예산이 약 31억 달러 정도인 것 같다. 많이 올랐다"며 "납세자 돈을 남용한 모든 사안을 우선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은행의 독립 기능인 통화정책이 마음에들지 않자, '연방자금 유용' 의혹 카드를 들이밀며 압박을 가한 셈이다.
이에 파월 의장이 참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에 응전하면서 향후 금융시장 추이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은 "전례 없는 이런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연방자금 유용 압박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5월 퇴임하는 파월 의장이 공개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맞선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화정책 기능 훼손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공직은 때로 위협에 굳건히 맞서는 것을 요구한다"며 "나는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성실함과 헌신을 유지한 채 상원이 (인준을 통해) 내게 맡긴 일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을 겨냥한 수사 개시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우려를 제기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법적 사안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연준 의장 공석을 포함해 어떤 연준 지명자의 인준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은행위 소속 케빈 크레이머(공화·노스다코타) 의원도 이날 "(파월 의장이) 범죄자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적 '범죄 혐의 덧씌우기'에서 독립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기관 수장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도 현지시간으로 12일 CNBC 인터뷰에서 "극도로 소름 끼친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한다"며 "파월의 자리를 원하고 파월을 내쫓고 싶어서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은 파월 의장의 전임자로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역임하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잎사 옐런 전 의장은 지난 4일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 참석해 중앙은행이 정부의 재정 조달을 돕기 위해 금리를 낮추게 되는 '재정우위'(fiscal dominance) 상황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행정부와 통화정책 당국이 정면 충돌했지만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소폭 강세로 마감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사태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6.13포인트(0.17%) 오른 49,590.20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전장보다 10.99포인트(0.16%) 상승한 6,977.27, 나스닥종합지수는 62.56포인트(0.26%) 상승한 23,733.90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금융시장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13일 오전 11시 39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5.39포인트 오른 4650.18을 기록하며 연초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75원 오른 1472.15원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