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거둔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민간업자들의 재산 수천억원을 가압류·가처분했지만, 대부분 잔고가 거의 없는 '깡통계좌'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검찰이 제공한 초기 4개(김만배·남욱·정영학·유동규) '법원 추징보전 결정문'을 근거로 지난해 12월1일 가압류·가처분 14건을 긴급 신청했고, 법원에서 전건 인용(총 5579억원 상당)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제3채무자(금융기관) 진술로 확인된 잔고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관련 예금 채권 3700억원 가운데 현재 잔고는 12만원, 남욱 변호사 예금 채권 340억원 가운데 4억4800만원 등으로 자금 동결 전 이미 인출된 상태의 깡통계좌였다.
시는 검찰이 이런 사실을 4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민간업자들의 자산 자금 흐름 내역을 공유하지 않고 부실한 자료만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보고서(2022년9월5일 작성)을 보면, 검찰은 2022년 7월 말 기준 범죄수익 4449억원 중 96.1%(약 4277억원)가 이미 소비·은닉돼 반출됐고, 계좌에 남은 잔액이 3.9%(약 172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4년여가 지난 최근 시가 가압류 절차를 통해 확인한 해당 계좌들의 잔고 합계는 더 줄어 4억7천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처음부터 18건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추징보전 집행 내역을 성실히 공유했다면, 한정된 시간과 행정력으로도 실익이 큰 자산을 우선 선별해 더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가압류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깡통 계좌는 종착지가 아니라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밝혀야 할 출발점"이라며 "수사권한이 없는 민사 절차만으로는 자금세탁·우회이체 등 반출 경로 추적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검찰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파악한 범죄수익 흐름을 공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검찰이 실질 자료 제공을 회피한다면, 결과적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며 "성남시는 검찰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끝까지 은닉재산을 찾아 환수 절차를 추진하되, 법무부와 검찰이 지금이라도 약속에 걸맞은 전향적 협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