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찬혁의 첫번째 곡 '멸종위기사랑'이 끝나고 두번째 곡 '비비드라라러브' 전주가 울리자 한 남성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다른 댄서들의 가슴팍에 닿을 만한 132cm 작은 키의 댄서가 씩씩하게 걸어나와 무대 중앙의 맨앞에 섰다.
시선을 사로 잡는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어색하게 웃거나 약간 경직된 관중석의 표정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자신의 핸드폰으로 직접 촬영하는 연예인도 눈에 띄었다.
'다양성'을 담은 무대의 특성에 가장 걸맞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카메라 위치를 활용해 다른 댄서들과 키가 같게끔 연출한 모습도 이목을 끌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함께 연예인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난쟁이배우 김유남씨 많이 기억해주길, 한국의 피터 딘클리지가 되길!"
인터넷에서도 탄성이 터져나왔다.유튜브에는 "눈에 띄어서 찾아봤네요. 난쟁이 배우 김유남 씨를 많이들 기억해주길, 한국의 피터 딘클리지가 되길!", "이 분이 무대에서 제일 빛났음", "이분이 있으면 일단 무대가 풍부해지는것 같아서 일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진심 팬입니다", "대박 멋지신 분이네". 이찬혁만 빛나는게 아니라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이 빛나서 좋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한 "솔직히 키 작은 행님 춤 맛있게 추시네. 키 작은 형님 진짜 존멋.. 진짜 친해지고 싶다", "어떤 분은 저 배우님을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시더라구요. 특히 표정 연기가 너무 중독적이심", "작은 댄서분 센터에 넣은 거 신의 한 수", "저 분 너무 멋져요. 대중 앞에 서기까지 저 같으면 힘들었을거 같아요. 더 대성하시길 멀리서 응원합니다"라고 극찬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이어 "키 작은 형님 진심 너무 멋있고 친해지고 싶어요", "'비비디드라러브' 보면 뭔가 뭉클함. 무대에 날씬하고 이쁘고 젊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와서 현실을 각자 치열하게 살다가 해방하는 춤을 추는것 같아서 댄서와 코러스 모두 자기가 주인공인것처럼 끼발산 맘껏하는 거 너무 보기좋다", "중앙에 계신 남자분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소화력으로 이 무대의 핵심가치를 뚜렷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찬혁씨 의도가 맞을 거 같은데 무대의 가장 중앙, 소인증 아티스트 분이 있는 거 뭉클하네요. 누구도 소외받지않고 오히려 특별해지는 무대"라는 댓글도 보였다.
이찬혁은 지난해 말 김유남이 출연한 KBS 아침마당에서 "유남님은 춤과 연기는 당연하고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는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며 "2025년을 빛낸 최고의 스타"라고 소개했다.
공중파 방송은 지난 청룡영화제 축하공연이 처음이었지만 김유남은 '비비드라라러브'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의상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마다 모두 이찬혁의 기획으로 진행된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는 '다양성'이었다.
출연자 모두 '다양한 이미지'를 나타냈으면 좋겠다는 이찬혁의 의도에 김유남은 가장 완벽한 선택지였다.
지난해 5월 전남 순천의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한 예식장에서 무박 3일동안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이찬혁과 뮤지컬 배우들의 춤과 연기가 어우러져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 '비비드라라러브' 뮤비 촬영, 재밌게 놀아보자며 다들 즐긴 분위기"
지난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유남(33)은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이찬혁이 '진짜 다 좋다'고 할 정도"였다며 "촬영 당시 재밌게 놀아보자며 다들 즐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촬영 때도 그랬고 그전에도 그랬고 자기보다는 배우님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고 카메라 감독님한테도 배우들 위주로 먼저 이렇게 좀 이렇게 해주고 자기가 작업할 때마다 이제 다 한 컷, 한 컷 다 이렇게 몰아주고 했어요."
뮤직비디오에서 아티스트보다 배우들이 더 주목을 받게 한 것도 이찬혁의 의도였다고 했다.
다양성과 자유분방함이 빛을 발한 이유다.
"이찬혁은 되게 재미있고 즐길 줄 아는 친구"
"이찬혁은 되게 재미있고 즐길 줄 아는 친구죠. 아티스트가 좋으니까 이 분위기가 이렇게 좋고, 저희들도 감독진들도 되게 재미있어 하시고 분위기가 윗물이고 아랫물이고 다 좋았습니다."이번에 화제가 된 청룡영화제 축하공연 당시 김유남도 두 곡 다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다리 체력이 따라주지 못할 거 같아 이찬혁에게 양해를 구했고 고민 끝에 '비비드라라러브'에만 출연하게 됐다.
"춤추고 놀면서 파티처럼 놀아버리니까 진짜 막 새벽 1시 반 되고 2시가 됐는데도 계속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연습은 다 끝났는데도 저희끼리 막 이야기하면서 '가기 싫다' 다들 이러면서 '이 연습만 하고 싶다' 그러면서 엄청 행복하게 했어요. "
배우들을 위한 축하공연이었던 것 만큼 "연예인들의 연예인이 됐다라는 느낌으로 했다"고 자신감도 드러내보였다.
지난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비비드라라러브'와 함께 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김유남의 본업은 뮤지컬배우다.
10년차 배우 김유남은 "저신장 배우, 일명 난쟁이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릴 때 수술을 많이 했고 어머니도 왜소증이셔서 어머니 다리도 고쳐주고 싶어 의사가 꿈이었는데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해서 접었죠. 다음에는 목사님이었는데 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접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선생님들한테 위트있게 개기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니까 개그맨 쪽으로 가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는 개그학과를 졸업한 뒤 연극으로 데뷔했다.
무척 사교적이고 활발한 그는 "어머니를 닮아서"라고 했다. 왜소증인 어머니 역시 재미있고 씩씩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껏 무용과 연극, 뮤지컬, 서커스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계속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제가 그 인물들을 대신 말해주고 하니까 진짜 재밌어요. 장래 희망들을 무대에 오르면서 연기하면서 지금 다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재밌는 거죠."
저신장 배우 5명끼리 모임을 가진다는 그는 앞으로 난쟁이 7명을 모아 같이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엔 '장애인식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다"
그의 유쾌한 성격 덕분에 편하게 인터뷰를 하면서도 장애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이런 분위기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인지 그는 "너무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편견'을 좋아한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저는 오히려 '편견'을 좋아합니다. '편견'은 그 사람의 의견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애인 친화적인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그의 불쑥 질문에 "없는 거 같은데요"라고 답하자 그는 "공항"이라고 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는 "공항에는 모두 바퀴가 있잖아요"라고 했다.
그렇다. 공항에는 캐리어 이동에 편리하도록 문턱이 없고 문도 모두 자동문이고 바퀴가 다니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우리 사회엔 '장애인식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비비드라라러브'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문지석 배우의 소개로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는 김유남은 교회에서 순장으로 섬길 정도로 신앙도 독실하다.
"유치원생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키가 작으니 버튼이 닿지 않아 아무도 타지 않은 엘리베이터에 갇혀 울고 있는데 문이 딱 열리더니 집이 있는 5층인 거예요. 그 때 이제 뭐지 하면서 기도하면서 내렸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한테 한창 막 뭐라고 할 때 꿈에서 되게 허름한 동굴을 지나가지고 허름한 상자에 빛이 새어나온 거죠. 거기에 여러 가지가 있어 받았는데 이게 황금색, 완전 빛나는 성경책이었어요. 그런 기억들이 있어 항상 이제 뒤에서 밀어주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결혼으로 청년부에서 졸업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는 그에게 "청년부 졸업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하자 가장 밝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전동휠체어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