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국민의힘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목격됐다. 4선의 광역자치단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동혁 당대표의 노선 변화를 공개 촉구한 것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는 게 핵심이다.
당의 신년행사는 지도부가 당직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다. 그럼에도 이같은 쓴소리가 나온 데엔 지방선거 판세가 심상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는 '훈수'에 답이 없었다. 현장과 지도부 간 위기감의 간극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훈, 與 누구랑 붙어도 '오차범위內' 초접전
1일 복수의 언론이 발표한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서울시장 선거는 굉장히 치열한 접전 양상이다. 5선 연임 도전이 유력한 오 시장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우선,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8일 서울 거주 유권자 8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야 후보 간 가상 양자대결은 △김민석 총리 33%-오세훈 시장 30.4% △박주민 의원 31.5%-오 시장 30.2% △정원오 성동구청장 30.4%-오 시장 30.9% 등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후보군이 모두 오 시장과 오차범위(±3.5%p) 내 경합인 데 더해, 일부 오 시장이 뒤처지고 있단 결과까지 나온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이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다"며 호평했던 정원오 구청장이 대항마로 급격히 부상했다.
중앙일보 조사도 비슷하다. 케이스탯리서치를 통해 작년 12월 28~30일 서울 시민인 성인 800명을 상대로 한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 시장(37%)은 정 구청장(34%)을 소폭 앞섰다. 오차범위(±3.5%p) 내 박빙이다.
반면, 오 시장과 박 의원이 붙는 시나리오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오세훈 40%-박주민 31%). 또 여야 후보가 정 구청장, 나경원 의원이라는 가정 아래선 여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이겼다(정원오 38%-나경원 31%).
조사상으로는 '오세훈 대 정원오' 구도가 호각지세에 가까운 셈이다. 양자대결 시 정 구청장이 오 시장을 근소한 차로 이긴다는 조사(뉴시스·에이스리서치)도 있었다.
'발등에 불' 吳, "계엄 절연" 주문했지만…張 무응답
이를 의식한 듯 오 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있다. 여기서 무너지느냐, 다시 태어나느냐를 결정하는 절체절명의 기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제발 잘해주길 바라는 모든 분들의 절박한 마음을 모아, 지도부에 간곡히 요청한다"며 몇 가지 당부를 남겼다.
골자는 지도부가 비상계엄을 공식 사과하되, 당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진정성 있게 사과하란 것이다.
절박한 주문은 대면으로도 이어졌다. 지도부가 주최한 신년행사에서 국민 선택을 받으려면 국민의힘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오 시장은 "목소리가 높은 일부 극소수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한 국민 대다수의 바람에 부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이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제 당이 계엄과 완전히 절연을 할 때"라며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연말 필리버스터 당시 계엄은 내란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장 대표를 향해 "적어도 계엄을 합리화하거나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다만, 장 대표는 무(無)응답이다. 전날에도 지방선거와 관련, 민생을 우선으로 챙기자는 원론적 방향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다른 지도부 일원들도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선거 승리 전망을 내는 데 그쳤다.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수도권 민심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장 내일이 지방선거라고 가정한다면 "(결과는) 참패"라고 했다. 이어 "대구·경북 정도 제외하곤 다 흔들흔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에서 인용한 동아일보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0%) 방식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표본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8.7%다. 중앙일보 조사도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통한 면접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9.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