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뒤 열린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가 해를 넘겼다. 2026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이제 칼자루는 선수보다는 구단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11월 8일 공시한 FA(자유계약선수)는 21명. 이들 중 남은 FA는 우완 조상우(KIA), 김상수(롯데)와 좌완 김범수(한화), 포수 장성우(kt), 외야수 손아섭(한화·이상 원소속팀) 등 5명이다.
50일이 넘는 협상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할 만큼 선수와 구단의 입장 차이가 적잖은 상황이다.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은 kt와 협상이 결렬돼 은퇴를 선언할 정도였다.
남은 선수들은 다른 구단 이적보다는 소속팀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FA 시장의 추이를 보면 각 구단이 필요한 선수는 거액을 들여서라도 영입했다.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선수들에게는 선뜻 지갑을 열 구단이 보이지 않는다.
두산이 11월 18일 KIA 유격수 박찬호를 4년 80억 원(이하 최대)에, 한화는 kt 좌타 거포 강백호를 4년 100억 원에 모셔갔다. 강백호를 뺏긴 kt는 LG의 한국 시리즈 최우수 선수(MVP) 김현수를 3년 50억 원에, NC 외야수 최원준을 4년 최대 48억 원에 영입했다.
우승에 목 마른 삼성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KIA 베테랑 타자 최형우를 2년 26억 원에 데려온 가운데 내부 FA들도 모두 앉혔다. 포수 강민호와 2년 10억 원, 불펜 투수 김태훈과 3+1년 20억 원, 이승현과 2년 6억 원에 사인했다.
현재 남아 있는 선수들은 엄밀히 따져 구단들의 2026년 플랜의 핵심은 아니다. 대형 FA들이 정리되면서 구단들이 지갑을 열 여력이 줄어든 점도 남은 FA들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장성우는 kt의 주전 포수로 여전히 존재감이 적잖다. 다만 kt는 KIA 포수 한승택을 4년 10억 원에 영입해 메시지를 던졌다.
남은 FA 중 A등급인 조상우는 2020년 키움 시절 33세이브로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했다. KIA가 2024시즌 뒤 현금 10억 원과 2026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고 영입할 정도였다. 2024시즌 우승 뒤 LG로 떠난 필승조 장현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상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조상우는 72경기 6승 6패 1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ERA) 3.90을 기록했다. 그러나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7월 ERA 14점대를 찍는 등 부진에 빠져 KIA 불펜 난조의 큰 원인을 제공했다.
KIA는 올 시즌 FA 시장에서 거의 지갑을 열지 않았다. 박찬호, 최형우, 한승택이 떠난 가운데 구단 영구 결번이 유력한 좌완 양현종만 2+1년 45억 원에 계약했다. 그렇다고 조상우를 사인 앤 트레이드로 보낼 수도 없다. 적잖은 투자를 했던 선수인 데다 FA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 혹은 전년도 연봉 300% 보상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좌완 불펜의 희소성에 지난해 73경기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ERA 2.25의 성적으로 제법 높은 가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비록 농담 성격이 짙었지만 한 유튜브 채널에서 80억 원에 이르는 한화 자주포 K9을 언급한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 한화는 물론 불펜 보강을 원하는 구단들과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손아섭은 역대 통산 안타 1위(2618개)에 통산 타율 3할1푼9리의 베테랑이지만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 걸린다. 외야 수비가 쉽지 않아 지명 타자로 써야 하는데 장타력이 아쉽다. 보상금 7억5000만 원도 걸림돌이다. 김상수는 이적보다는 롯데에 잔류할 공산이 크다.
해를 넘긴 올 시즌 스토브 리그. 과연 병오년 새해 첫 FA 소식을 누가 전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