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제도적 정비를 마치고 현장에 안착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과 강력한 제재가 실제 사망자 감소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분수령…실패한다면 책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1일 고용노동부 등 당국은 올해를 정책 효과가 실제 수치로 드러나는 결과로 증명하기 시작해야 하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강조해온 산재 근절 메시지가 실제 행정 인력의 확충과 예산 편성으로 구체화된 시점이 지난해였다면, 이 인프라가 현장에서 온전히 가동되는 시점이 바로 올해부터이기 때문이다.특히 올해 본격 도입될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반복 사고 과징금 제도'는 기업 경영에 유례없는 압박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3명 이상 사망 시 영업이익의 5% 이내(하한액 30억 원)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건설업 등록말소 규정을 신설해 기업에게 '안전은 곧 존립'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제도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스스로 안전을 지킬 권리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도 기존 "급박한 위험"이 닥쳤을 때 뿐 아니라 "위험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도록 확대했다. 명확하지 않은 요건에 갇혀 무용지물이었던 권리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관가에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이토록 강하게 전달되고 기반까지 갖추고도 올해 눈에 띄게 산재가 줄지 않는다면, 곧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싸늘한 노동계 "용두사미 그칠 수도"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노동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 대책이 발표된 이후 "현장에 실제 작동하는 근본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며 정책의 한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경제적 제재 강화에 대해서도 "기존의 영업정지 요청 제도 등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원인 파악과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사문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무엇보다 작업중지권 확대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 미비, 폭염·폭우 등 악천후, 고객의 폭언 등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중지 기간의 임금 보전 대책이 뒤따라야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는 5년 만에 반등하며 역주행 중이다. 2023년 202명에서 지난해 270명으로 급증한 것은 정부의 행정력이 아직 사각지대에 닿지 못했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이를 정책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후행 지표"의 특징이라며 올해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노동계는 구조적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으면 산재가 반복될 뿐이라고 반박한다.
'경기침체'에 산업 안전 후퇴 가능성도 제기
또 경기 불황이라는 외부 요인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안전보다는 이윤 추구 쪽으로 더 많이 가게 된다"며 안전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점검 시간이 모두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 안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거나, 돈과 사람이 없어 못 하는 역량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의 '형식적 안전' 역시 해결해야 할 고질적 문제다. 최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는 위험성 평가 등을 하는 척만 하고 서류만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점검이 실질적인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처벌이 강화될수록 대기업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산재 처리를 기피하고 공상 처리로 마무리하는 '산재 은폐'가 확산될 위험성도 제기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올해 산재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37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 1300명, 나아가 2028년까지 3천 명으로 늘릴 감독관들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낼지, 아니면 노동계의 우려대로 '용두사미'에 그칠지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