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공개한 '당원게시판' 게시물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의도적인 흠집내기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동훈계 의원들과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립각을 세우며 국민의힘 내홍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31일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이호선씨는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내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하는 등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했다"며 "게시물 시기도 내가 정치를 시작하기도 전이나 최근 등, 물리적으로 봐도 무관한 것들을 대표 사례들이라고 조작해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저는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단 것이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되어 있어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 글은 바로 무관하다는 것이 탄로날테니, 상대적으로 수위높은 게시물을 가족명의로 '조작'한 것"이라며 "'조작'에 대해 이호선씨와 가담자들, 그 배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당무감사위는 당원게시판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글의 87.6%가 단 2개의 아이피(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호선 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블로그에 논란이 된 게시글 1631건을 모두 공개했다. "개목줄 채워 가둬놔야 한다", "미친 윤석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나경원 의원을 두고 "정치생명 끊어버리자", 안철수 의원을 두고 "빨갱이"이라고 표현한 것도 담겼다.
친한동훈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당무감사위원장이란 중요 보직자가 눈치도 없이 당의 중차대한 투쟁의 순간마다 끼어들어 자기 정치의 퍼포먼스를 하는 바람에 당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집중해 싸워야 할 순간마다 하필. 쯧쯧 멍청하기가"라고 직격했다.
박정하 의원은 이날 "차라리 솔직하게 이럴바엔 총으로라도 쏴 ㅇㅇ고 싶다고 발표를 하지"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1야당이라는 공당의 당무감사 결과가 이렇듯 허술하고 엉터리일 줄은 미처 몰랐다"며 "사실(fact)은 간 곳 없고, 그저 적개와 분노에 적셔진 조작과 모순만 강조된 꼴"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도부에서는 싸늘한 반응이 나온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익명 뒤에 숨어서 수위가 넘는 발언들로 내부를 분열하려고 했다면 그 대상이 누구였다 해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동훈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이때까지 보여줬던 행동만을 보면 보수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좌파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중도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