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 중인 통일교 측의 금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통일교 사이 연결고리로 한 통일교 목사 박모씨가 거론된다. 부산·경남 지역의 정치인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 온 인물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그가 새로운 '키맨'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인 전재수 전 장관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천만 원과 천 만원 상당의 불가리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전 전 장관은 "통일교로부터 그 어떠한 불법적인 금품 수수도 없었고, 천정궁에 방문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금품 로비 의혹이 있는 그 시점에 전 전 장관을 통일교에 적극 소개하며 가교 역할을 인물로 지목된다. 통일교 안팎에서는 박씨가 오랫동안 부산·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며 2000년대 초중반을 비롯해 그 지역의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고 교단과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박씨의 인맥은 보수 정권을 거쳐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주요해졌고, 그 즈음부터 박씨가 전 전 장관을 비롯해 경남권의 여당 의원들을 통일교에 연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통일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전 전 장관은 박씨의 주요 관리 대상 정치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통일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는 "그가 전 전 장관의 천정궁 방문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천정궁엔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전 전 장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언이다.
박씨는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되는 이른바 'TM(True Mother, 통일교 내에서 한 총재 지칭) 보고' 문건에도 최소 10여 차례 등장한다. 3천쪽 분량의 이 문건은 통일교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2018년에서 2023년까지 한 총재 보고용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문건엔 박씨의 이름이 '박○○ 목사 회의결과', '주요 프로젝트 박○○ 목사', '박○○ 목사 특별활동' 등으로 언급된다. 특히 2018년 5월 17일이라고 일자가 적힌 부분에선 '박목'이라고 적힌 제목 아래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여당 정치인들의 이름과 함께 전 전 장관의 이름이 거론됐다.
해당 내용엔 당시 경남 지역의 한 여당 의원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때 문재인 당시 비서실에 같이 근무한 측근 중 측근으로 이번 김해 보궐선거에 나가는데 선거 100% 당선"이라는 설명이 적혔다. 적힌 형식과 맥락을 봤을 때 박씨가 경남 지역 정치인들의 동향을 보고한 내용을 추정된다.
CBS노컷뉴스는 전 전 장관과의 관계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박씨에게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못했다. 현재 강원도 정선의 통일교 교회에서 일한다는 박씨를 만나기 위해 최근 해당 교회를 직접 방문했지만, 교회와 사택 등은 모두 문이 잠긴 상태로 인기척이 없었다.
전 전 장관은 박씨와의 관계에 대해 묻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최근 너무 많은 사람이 언급되다 보니 일일히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천정궁 방문과 관련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편 한 총재 보고 문건엔 전 전 장관의 이름이 모두 7번 등장한다. "얼마 전 천정궁에 방문한 전재수 의원도 축사를 하고"(2018년 9월 10일), "TM 일정:전재수 국회의원"(2019년 1월 7일) 등 전 전 장관이 천정궁을 방문했고 한 총재와 면담한 정황이 적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