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에 보고된 문건에 '고향 후배가 경남경찰청장과 강원경찰청장을 맡게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 측이 경찰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당 보고 문건을 작성한 박모씨는 CBS노컷뉴스에 수차례 연락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문건에 등장한 전 경찰 공무원은 통일교 측의 인사 개입 정황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30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약 3천 쪽 분량의 'TM(True Mother, 통일교에서 한 총재를 지칭하는 약어) 보고' 문건을 보면, 2018년 7월 27일 자로 "2017년 8월 정선 고향 후배 한 분을 경남경찰청장으로 중임을 수행하도록 한 후 동계올림픽 때 강원도 치안을 맡도록 강원경찰청장으로 오시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TM 문건에는 "2018년 6월 5일 강원경찰청장실에서 만나서 참부모님 뜻을 전하고 더 큰 꿈을 이루려면 참부모님의 사상을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자서전을 전해 주면서 참부모님 존영을 가슴에 모시고 다니면 큰 꿈을 이룰 수 있다 했는데, 존영을 지갑 속에 넣어준 지 52일 오늘 치안정감으로 승진하여 인천경찰청장으로 영전됐다"며 직접 만나 한 총재 자서전과 사진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쓰였다.
같은 날 "본경찰청장을 하고 고향 정선에 국회의원 출마하라고 했더니 마음을 어떻게 훤히 알고 계시냐 하더라"며 대화 내용을 설명한 대목도 있다.
해당 보고는 박씨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올린 문건으로 보인다. 박씨는 현재 강원도 정선에서 통일교 목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일교와 정치권을 잇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통일교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과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를 만든 이후 고향인 강원 지역으로 거처를 옮겨 지역 유력 정치인들과 교류해 왔다. TM 문건에도 박씨가 주요 인맥 관리와 정치권 접촉 창구 역할을 한 정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해당 문건에 거론된 경찰 공무원은 A 전 청장. 그는 경찰 고위직을 두루 거친 뒤 퇴직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활동하고 있다. 한때 공공기관의 사장을 맡기도 했다. A 전 청장은 통일교 측이 경찰 인사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나타나는 TM 문건 내용에 대해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며 "그런 사람(박씨)은 일선 경찰서 과장을 이동시킬 힘도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과거에 박씨가 인사하러 온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또 한 총재 자서전과 사진을 전달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강원청장 당시에도 사무실에 찾아온 적은 있는데, 사진이나 자서전을 줬다면 내가 받았더라도 바로 처분했을 것"이라며 "(사진과 자서전에 대해) 관심도 없고, 기억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씨와의 친분에 대해서는 "밥도 한 번 먹지 않은 사이"라며 "정선 지역구 선거 때 도와주겠다고 할 때도 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그 이후로는 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CBS노컷뉴스는 박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