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사퇴 결정타는…'1억 공천헌금' 묵인 정황[영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근 자신에 대한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히며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각종 특혜·비위 논란이 쏟아진 끝에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자녀 취업 특혜, 쿠팡 회동, 국정감사 질의 대가 쪼개기 후원금 수수 등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1억 원의 공천 헌금이 언급된 강선우 의원과의 녹취 공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강 의원이 서울시의원 출마자에게 1억 원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당이 강 의원에 대해서만 윤리감찰단 조사에 나서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취임 200일 만에 불명예 사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근 자신에 대한 논란과 관련 입장을 표명하며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병기 의원이 3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내대표 직을 사퇴했다. 지난 6월 13일 이재명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200일 만이다.

애초에는 그가 원내대표 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김 의원은 논란 때마다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명 글을 올리거나, 제보자로 지목되는 전직 보좌직원과의 악연을 언급하는 등 사퇴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했었다.

그가 마음을 돌린 배경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과 강선우 의원이 나눈 대화 녹취 공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 의원이, 자신의 지역 보좌관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김 의원에게 토로하는 녹취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당시 지역구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

복수의 김병기 의원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30일에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입장 발표 전부터 거취에 대한 고민은 있었겠지만, 최종 결심은 최근에 이뤄졌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MBC 보도가 나오면서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與, 사태 수습 안간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가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으며 정치적 책임을 졌지만, 고소∙고발에 따른 경찰 수사가 이제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그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장은 서울 동작경찰서∙영등포경찰서∙서초경찰서 등으로 각각 제출됐다. 이에 상급청인 서울경찰청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전해졌다.

강 의원의 1억 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의원이 윤리감찰단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정 대표는 강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단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해당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의원은 이번에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하헌기 전 상근부대변인은 SNS를 통해 "강선우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봤다. 불공정한 조치"라며 "그와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다면 강선우 의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원내 사령탑 공백을 재빨리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김 의원의 사퇴 당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다음 달 11일에 열릴 계획이다.

민주당 3선 중진 의원들도 같은 날 국회에서 회동을 열고 현 상황을 점검했다. 위성곤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최근 여러 의원들의 개인적인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당이 좀 더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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