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가 30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통역을 두고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의원들은 국회에서 마련한 동시통역기를 착용하라고 요구했고, 로저스 대표는 "이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맞섰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석 청문회에서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로저스 대표가 동석한 통역사를 통해 의원들 질의를 전달받자 "동시통역기를 착용하시라"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쿠팡 측이 대동한) 통역사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윤색해서 통역했기 때문에 저희가 통역까지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역사가 윤색해서 통역한 사례를 짚었다. 최 위원장은 "방금 중소상공인들에게 대출해 주는데 그 대출 이자를 로저스 대표가 '로이스트 레이트'(lowest rate·가장 낮은 이율)라고 했는데 (의원들에게) 어떻게 통역했느냐"고 물었다.
쿠팡 측 통역사는 "'낮은 편에 속한다'고 했던 것 같다"고 답했고, 최 위원장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윤색해서 통역하시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로저스 대표는 "저는 제 통역사를 쓰겠다"며 "통역사의 대동을 허용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 통역사는 유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에 유엔(UN)에서도 통역하셨고, 자질이 충분하기 때문에 저는 제 통역사를 사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위원장이 "통역사가 핵심적인 내용을 윤색해서 통역했기 때문에 저희가 동시통역까지 준비한 것"이라며 동시통역기를 차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거부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가 동시통역시스템을 통해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그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따라야 할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존중한다면 동시통역기를 착용하라"고 했고, 로저스 대표는 "이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저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고 목소리 높여 반발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의 이의 제기에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고, 로저스 대표가 한쪽 귀에 동시통역기를 착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국회는 지난 17일 열린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를 두고 '동문서답' 논란이 벌어지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오역 지적이 제기되자, 이번 청문회에서는 별도의 동시통역 시스템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