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와 K팝이 주목받는 가운데, 정작 국내에서는 두 산업이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거의 붕괴 직전: 한국 영화계 위기의 이면과 K팝 역시 예외가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산업 모두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변화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 등의 사례로 들며 "한국 대중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도, "한류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던 영화와 K팝 산업이 한국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산업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이 오히려 성공의 토대였던 창의적인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영화 부문 침체가 가장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영화와 해외 영화를 모두 포함한 전체 관객수는 45% 감소했고 박스오피스 수익도 13억 달러에서 8억 1200만 달러로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양대학교 영화학과 제이슨 베처베이스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이는 단기적인 침체가 아닌 구조적인 약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년간의 수익 감소와 비용 상승으로 신인 감독이 성장하고 기성 감독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던 중·저예산 영화 제작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극장 개봉한 영화가 빠르게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티켓을 구매할 이유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위기에 처한 건 K팝도 예외가 아니라고 짚었다. 매체는 "오랫동안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문화 수출품 중 하나인 K팝 역시 불확실한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2024년 기준 실물 앨범 판매량이 10년 만에 감소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로 인해 기획사들이 글로벌 투어로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한국학과 정아름 교수의 말을 인용해 "K팝 기획사가 대중보다 핵심 팬덤에만 집중하고 있어 이러한 편협한 시각이 아이돌의 선발, 훈련, 마케팅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식 훈련 방식을 따르는 유사한 그룹들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등장하면서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주요 기획사들이 해외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진정한 K팝 상품이라기보다는 탈영토화된 혼합형 K팝 개념"이라며 "한국인의 참여 없이도 한국 문화 개념이 재현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