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위기' 포항시, 에너지 대전환으로 돌파구

[연말기획③]
중국 저가 공세·보호무역·탄소중립 악재
수소환원제철 국가 차원 지원 절실

포항철강공단. 포항시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보호무역 강화, 탄소중립 압박이 동시에 몰아치며 포항 철강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철강도시 포항은 이제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중국의 저가 철강 물량 공세는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는 수출 환경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요구까지 더해지며 철강 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
 
포항시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과 현대제철 포항 2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지역 경제 전반에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철강 산업은 포항 지역 일자리와 세수의 핵심 축으로, 생산 차질은 곧바로 지역 경기 위축으로 이어진다.
 
포항시는 위기를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기간산업 위기로 규정하고,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국회에서는 포항·광양·당진 등 주요 철강 도시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회와 정부에 △대미 재협상을 포함한 범정부 대응전략 마련 △K-스틸법 시행령에 지역 의견 반영 및 실질적 지원책 포함 △산업·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 3대 정책 과제를 건의했다.
 
특히, K-스틸법 시행령에 △기업 전기요금 부담 완화 △탄소중립 투자 지원 △철강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비 반영 등 실효성 있는 내용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철강의 미래, 혁신적 변화를 향한 끝없는 진화'를 주제로 '2024 철강 대개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포항시 제공

위기 돌파를 위해 포항과 철강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제철 방식이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포항 철강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포항시는 수소환원제철을 철강산업의 미래 전략으로 삼고, 관련 기술 개발과 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포항이 국내 최초로 '수소특화단지'에 지정되면서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조성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를 통해 포항은 철강 중심의 단일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수소, 이차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 산업 지형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 제조업 도시에서 미래 에너지 산업 도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버지니아한인회는 지난 9월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철강 관세 인하 촉구' 캠페인을 실시했다. 포항시 제공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방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정·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산업 위기는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국가 제조업 전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철강을 살리기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포항의 에너지 대전환이 철강도시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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