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정보 유출 안 막은 이통사 징역형 폐지…과징금 5배 ↑

당정,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 발표…기업 위법행위에 징역형 ·벌금 대신 과징금 등 강화
고의 없는 행정 의무 위반, 흔히 저지르는 실수도 형벌 대신 과태료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징역형·벌금 대신 과징금 상한을 대폭 높이는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두 번째로 공개했다.

보안을 게을리 해 고객들의 위치정보를 유출한 이동통신사에 대한 징역형은 폐지하고, 대신 최대 물릴 수 있는 과징금을 5배 늘리는 식이다.

또 고의 없이 단순 행정상 의무를 위반했거나, 일상에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해서도 형벌을 대폭 완화·폐지하고 과태료 등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형법상 배임'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대신 대체 입법을 추진하고, 개정할 경제형벌 규정 중 30%를 올해 안에 개정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1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이번에도 △금전적 책임성 강화 △사업주 형사리스크 완화 △민생경제 부담 완화 등 3대 정비방향을 중심으로 과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번 방안이 형벌 중심 관행 대신, 기업의 위법행위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과징금을 상향하는 등 금전적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공정거래행위 등 중대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 관련 법률 등에서 과징금이 실제로 위법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납품업자의 타사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할 경우와, 가맹점 본사가 정보공개서를 제공한 후 14일 안에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공급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의 경영활동을 부당 간섭하는 경우 등은 각각 기존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했지만, 앞으로는 시정명령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벌하는 대신 정액과징금 기준을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인다.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고도 하청업체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경우 기존에는 하도급대금 2배 이하의 벌금만 매겼지만, 앞으로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벌금을 물도록 하는 대신 정액과징금을 2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확대한다.

또 이동통신사 등이 위치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경우 징역 1년에 처하던 형벌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정액 과징금을 4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높인다.

반면 사업주의 고의가 아니거나,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는 형벌을 완화하거나 과태료로 전환해 사업주의 형사리스크를 덜어주기로 했다.

자동차제작자가 온실가스배출허용기준의 준수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를 기한 안에 제출하지 않은 경우 3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했는데, 앞으로는 벌금 대신 같은 금액의 과태료를 내도록 한다.

관련 없는 자가 상호에 금융투자, 증권, 신용보증기금 등 유사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했지만, 이 역시 3천만 원 이하 과태료로 수위를 낮췄다.

비료의 성분·효과·제조방법 등에 대해 과대 광고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던 것도 징역형을 폐지하고 벌금형만 남겨둔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가 성능시험대행자에게 제원을 통보하지 않고 부품자기인증을 표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처했는데, 1천만 원 이하 과태료와 함께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선으로 수위를 낮췄다.

테마파크업 대표자 변경 후 신고 없이 영업할 때도 1년 이하 징역에 처했지만, 앞으로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한다.

또 자칫 전과자를 양산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 생활밀착형 의무를 위반한 사례나, 경미한 실수에 대해서도 형벌을 대폭 완화한다.

캠핑카 튜닝 후 튜닝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 1백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했던 것을 1백만 원 이하 과태료만 내도록 하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관리사무소 등이 아파트 관리비 징수 내역 서류를 5년간 보관하지 않는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에서 나무를 말라죽게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지던 것을 징역형을 없애고 벌금형만 남긴다.

동물미용업자 등이 인력 현황 등이 바뀌었는데도 등록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던 형벌은 아예 폐지한다.

개발가능한 무인도 소유자가 승인 받지 않고 펜션 등 개발 행위를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던 것도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로 처분 수위를 낮춘다.

음료공장 등 식품제조가공업의 대표자 성명 등이 바뀌었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던 것을, 1년 이하로 완화한다.

당정은 오늘 발표된 개선안의 신속한 입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지난 9월에 발표했던 1차 방안도 조속히 입법 완료되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또 3차 과제 발굴에도 즉시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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