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파국'을 맞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배경에는 JD 밴스 부통령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머스크의 신당 창당설 등이 불거지는 등 두 사람 사이가 가장 안좋았을 때 적극적으로 화해 중재에 나선 이는 밴스 부통령이었다"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이 머스크가 실제로 신당을 창당할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머스크 뿐 아니라 머스크의 측근들에게도 전화를 해 신당 창당 계획 철회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머스크의 끈끈한 '브로맨스'가 결정적인 파국을 맞은 계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통과되면서였다.
이 법안의 핵심은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영구화하는 것으로, 머스크를 경계했던 마가(트럼프 핵심 지지층) 진영은 해당 법안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민 단속 및 추방을 위한 예산이 포함돼 있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머스크는 해당 법안으로 테크 분야 보조금이나 투자 삭감 등 기술혁신 관련 축소를 우려하며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발 시킬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머스크는 더 나아가 아예 내년 독립기념일에 맞춰 신당 창당 구상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터무니없고 완전히 탈선했다"고 공개 비난했고, 머스크의 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의 항공우주국(NASA) 국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밴스 부통령은 머스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아이작먼의 NASA 국장 재지명을 위해 연방 상원 의원들과 접촉해 지지를 확보하고 신속한 인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물론 머스크와 친밀한 데이비드 삭스 인공지능(AI) 차르도 물밑에서 도움을 줬다.
결국 밴스 부통령의 이같은 중재 노력은 지난달 성공을 빛을 발했다.
머스크가 백악관에서 열린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환영 만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등 둘 사이에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또한 일부 언론은 머스크는 최근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WP는 "거의 무제한의 자원과 독보적 디지털 영향력을 보유한 머스크는 트럼프 퇴임 후 마가 운동의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어 공화당의 차기 대권 유력주자인 밴스가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다만 마가 내부에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머스크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만큼 밴스에게는 정치적 위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