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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사상 최악 '경북 산불'…여전한 상처, 향후 과제는? ②천년고도 경주, APEC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다 (계속) |
지난 10월 말 세계의 눈과 귀가 신라의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 집중됐다. '2025 APEC 정상회의'가 보문관광단지를 비롯한 경주 곳곳에서 열린 것이다.
'지속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APEC 21개 회원국 정상과 경제인, 언론인 등 2만여 명이 참석했다.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비롯한 보문단지 일대는 세계 각국의 대표단과 시민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변했고, 신라 천년의 문화와 첨단기술을 결합한 'K-APEC 경주 모델'은 전 세계에 한국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경주는 지구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전 세계에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경주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이 변화하는 인구 구조, AI 시대 등에 대해 깊은 논의를 나눴고 산고 끝에 APEC 회원국 간의 무역과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혁신, 포용적 성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 등을 연이어 가지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려됐던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외교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외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AP통신은 "고대 신라의 예술성과 현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무대"라 평가했고, CNN은 "경주는 화합의 노천박물관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경제 성과도 엄청났다. 우리나라는 아마존 등 글로벌 7개 기업으로부터 9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경상북도도 3조 8천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특히 경주는 문화와 산업,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낸 '참여형 국제행사'의 새로운 매뉴얼을 선보이며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했고, 역대 가장 성공한 회의로 기록됐다.
앞으로 경주가 이탈리아의 로마, 일본의 교토와 같은 글로벌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끝난 '경주 APEC'이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PEC 이후를 대비한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주 APEC의 영향력과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경주선언' 정신을 전 세계에 확산하기 위한 '경주포럼'을 정례화하고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화랑교육원 등 경주 3곳에 2029년까지 '신라역사문화대공원'을 조성하고, 경주엑스포대공원에는 'APEC 문화전당'을 건립한다.
경북문화관광공사도 2030년까지 5천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보문관광단지 내에 방치된 옛 신라밀레니엄파크나 주유소 부지 등을 복합리조트 등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는 경주를 '신라의 천년 고도'를 넘어 '세계 외교의 중심지'로 각인시키며 국제회의 도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경주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문화유산과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APEC 성공 개최는 경북이 세계 경제 중심 무대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됐다. 포스트 APEC 시대를 맞아 3대 성장축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혁신의 연결고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