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위헌인지 조만간 결정된다. 위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르면 올해 안에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늦어도 내년 초 심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이른바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했고 그에 따라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했다. 따라서 시장은 이번 결정에 이목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UBS나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방대법원이 관세를 위법하다고 본 1심과 2심 판결을 지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관세 정책을 완전히 무효화 하지 않고 일부만 인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정 품목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관세만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국가안보를 근거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이미 자동차나 철강 등에 적용한 사례가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트럼프 행정부가 꺼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각각 최대 50%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법 338조와 무역법 122조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유지할 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관세법 338조는 실제 적용된 전례가 없고, 무역법 122조는 최대 150일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문제를 장기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해소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 전략팀 유승민 이사는 "대법원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 구성이 보수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승소할 확률을 20~30% 수준으로 예상한다"면서 "판결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지속보다 해소의 관점에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관세 관련 갈등이 제한적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재정 부담 확대로 불확실성이 확대할 가능성도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위헌 여부 결정과 함께 올해 관세로 징수한 1500억달러(약 215조원)의 환급 여부도 판단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즉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할 경우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고, 징수한 관세를 일부라도 환급해야 하면 연방정부 재정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국제금융센터 고재우 연구원은 "재정 경로 변동성 확대와 물가 예측 가능성 저하로 정부는 재정 운용 부담이 커지고, 국채 투자자는 국채 수급 판단에 부담을 받으며, 연방준비제도는 통화 정책 운영에 제약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완화할 수 있지만, 미국 자산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해 금리 상승 압력과 달러·주식시장의 약세 압력 가능성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