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한국 여성운동의 태동 '멋진 배움'

[신간] 댈러웨이 부인 · 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

민음사 제공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이 출간 100주년을 맞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댈러웨이 부인'은 1925년 처음 발표된 이후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소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타임지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00', BBC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소설 3위'에 이름을 올리며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아온 작품이다.

소설은 1923년 6월의 어느 무더운 날, 주인공 '클래리사 댈러웨이'가 저녁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꽃을 사러 나서는 하루 동안의 여정을 담고 있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혁신적인 서술 기법을 통해, 단 하루라는 짧은 시간 안에 1차 세계 대전의 상흔, 붕괴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질서, 가부장제의 모순 등 거대한 시대적 담론을 정교하게 엮어냈다.

작품은 파티를 준비하는 상류층 여성 '클래리사'의 내면과, 전쟁 후유증인 포탄 충격(Shell Shock)으로 고통받는 참전 용사 '셉티머스'의 비극적인 삶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의 고독, 그리고 위선적인 사회 규범에 맞선 인간의 결속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이번 기념판은 스무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의 시점을 넘나드는 울프 특유의 섬세한 문체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런던 도심에 울려 퍼지는 빅벤의 종소리와 길거리의 소음, 인물들의 내밀한 기억이 뒤섞이는 공감각적인 묘사는 독자들에게 100년 전 런던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96쪽


여해와함께 제공

한국 여성운동의 형성과 확산 과정을 현장 기록으로 정리한 책 '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가 출간됐다.

이 책은 1960~1970년대 크리스챤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진행된 여성사회교육과 여성운동의 태동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당시 아카데미 여성사회 스태프로 활동하며 교육과 운동의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이정자다.

책에 따르면 크리스챤아카데미는 1969년 '여성자원의 개발'을 시작으로, 1970년대 초반 '모자복지', '여성 고등교육', '가족법 개정' 등 한국 사회 여성 문제를 주제로 한 대화 모임과 사회교육을 연속적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은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한 시기와 맞물리며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1975년 진행된 '여성중간집단교육' 프로그램은 이후 한국 여성운동의 주요 인적 기반을 형성한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 교육을 거친 여성들은 이후 여성정책, 정치,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여성 권익 신장과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책에는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운영에 관여했던 주요 인물들의 이름과 활동도 함께 정리돼 있다. 윤후정 전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박영숙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등은 크리스챤아카데미를 거쳐간 대표적 인물로 소개된다.

저자 이정자는 서문에서 "여성중간집단교육은 인간화 사회를 실현할 여성 지도력을 키우는 교육이었다"며 "이 교육을 받은 이들이 이후 한국 사회의 성차별 해소와 여성의 사회·정치 참여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정자 지음 | 재단법인여해와함께 |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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