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데 대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여러 이슈들을 덮기 위해, 그리고 무늬만 협치하는 모양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장 대표는 이 전 의원을 향해서도 "장관직 수락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거듭 맹공했다.
장 대표는 29일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홍보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기용된 이 전 의원에 대해 추가로 고려 중인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즉각적인 제명조치를 했고, 그간 당협위원장으로서 했던 당무행위를 모두 취소했다"며 "그 외 따로 고려하고 있는 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양지가 되면,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가치·철학을 버리고 동지들까지 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며 이 전 의원이 사실상 당을 배신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정책을 비판한 이 전 의원이 현 정부 곳간 열쇠를 쥐게 된 것도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혜훈 전 의원이 보여온 경제관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너무나 맞지 않는다"며 "어떤 의도로 장관으로 발탁했고, 어떻게 경제정책을 펼쳐갈지에 대해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번 '깜짝 인사'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외연 확장 포석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아무런 가치와 철학 없이 상대진영 인사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오히려 '당성'(黨性·당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해온 스스로의 노선이 바람직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장관직 지명, 수락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보다 확고히 재정립해야 된다. 그리고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당에서 해당(害黨) 행위를 엄정 처분하지 않은 결과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취지다. 장 대표는 "중도 확장은 중도 확장대로 하되 이렇게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인사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외연 확장과 당성 강화는 "서로 결이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이원화되면서 신설된 예산 총괄 부처다.
이 전 의원은 인사 발표가 난 전날까지도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라고 강력 반발하며, 긴급 서면 최고위원회에서 이 전 의원을 제명했다.
한편, 장 대표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이날 전남 무안 등을 찾았다. 다음날에도 새만금을 방문하는 등 호남 민심을 공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