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선원 해외취업 알선…수수료 챙기고 탈세 조장한 일당 검거

해외취업 알선 대가로 수수료 수억 원 받아
원양어선 선원들 '소득세 탈세'로 유인
차명계좌 통한 탈세 도와…탈세액 150억 원

29일 오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개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국내 원양어선 선원들에게 해외 선사 취업을 알선하고 불법으로 수억 원대 수수료를 받아 챙긴 브로커 일당이 구속 송치됐다.

이들을 통해 해외선사에 취업한 선원들은 임금을 차명계좌에 나눠 받는 수법으로 150억 원 가량을 탈세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선원법,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선원송출 업체 대표 A(50대·남)씨 등 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4년 6개월 동안 선장 등 국내 원양어선 베테랑 선원들을 해외 선사에 취업시키고 그 대가로 5억 8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선원 임금 수백억 원을 차명계좌와 유령법인 대포통장에 분할 송금 받는 수법으로 150억 원 가량 탈세를 조장한 혐의도 받는다. 탈세를 저지른 선원 38명과 대포통장을 빌려준 8명도 해경에 붙잡혔다.

범죄 개요도.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선원송출 업체를 운영하며 국내 원양참치어선 선장 등 선원 44명에게 필리핀 선사 취업을 알선했다.
 
이 대가로 선원들에게 매년 1만 달러에서 5천 달러의 소개비를 받는 등 34명으로부터 수수료 모두 5억 8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현행 선원법은 선원송출 업체는 선원을 고용하는 선사에게만 수수료를 지급 받고, 선원 개인에게 소개비 등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애초 모집부터 선원들에게 고액 탈세를 제안하고 임금을 선원들의 가족, 지인 명의 차명계좌나 유령법인 대포계좌로 지급받도록 했다.
 
이들은 차명계좌에 임금을 1만 달러 이하로 '쪼개기' 송금하거나 현지에서 미리 환전한 금액을 대포계좌로 보내는 수법으로 탈세를 저질렀다.
 
그동안 선원들이 국내 반입한 돈은 370억 원으로, 이 가운데 탈세액은 무려 150억 원에 달한다.
 
선원들은 연소득이 10억 원이 넘을 경우 최대 45%를 내야 하는 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해당 수법으로 국내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이들의 탈세 혐의에 대해 국세청에 고발 의뢰해 세금 환수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남해해경이 선원송출 업체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해경은 최근 숙련된 베테랑 원양어선 선원들이 해외 선사에 취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자, 이에 대해 살펴보다가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해류, 어탐, 집어 등 월등한 조업 기술을 보유한 국내 베테랑 선원들이 해외로 대량 유출되면서 우리나라 원양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조선업계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게 해경 측 설명이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이 해외로 유출한 선원은 모두 100명 가량으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국내 원양산업 고급 인력들의 해외 유출을 차단함으로써 원양산업의 인력난 해소와 경쟁력 회복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