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26일 오전, 서울 도심 출근길은 매서운 칼바람에 얼어붙었다.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심진철(55)씨는 "오늘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다고 하길래 완전 무장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심씨는 "안 그래도 늦었는데 아내가 목도리에 장갑까지 다 하고 가라고 난리였다. 아내 말 듣길 잘 했다"고 웃었다.
금요일인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면서 성탄이 끝나자마자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가 찾아왔다. 오전 기준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여기에 칼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온도는 영하 16도로 더욱 낮다.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절로 나오는 강추위에 대부분의 시민이 두꺼운 외투를 입었다. 목도리를 머리까지 두르거나 귀마개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모습이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그나마 따뜻한 지하철역까지 뛰어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수유동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는 60대 이모씨는 "평소보다 하나 더 껴입었다. 그래도 춥다"며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약속이 있어 나왔다는 대학생 이유민(24)씨는 "오늘 처음으로 롱패딩을 개시했다"며 "패딩 안에 세겹을 껴입었는데도 너무 춥다"고 혀를 내둘렀다.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서울로 놀러 왔다는 김모(46)씨는 "어제 저녁에도 정말 추웠는데 오늘 아침은 더 춥다. 지역에서 올라오니 서울이 훨씬 더 많이 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옆에 있던 아들의 모자를 연신 여몄다. 인천 연수구에서 왔다는 김승범(23)씨는 "추워서 눈물이 날 정도"라며 "뉴스에서 본 대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가 맞긴 하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서울 -4도, 인천 -5도, 수원 -3도, 강릉 1도, 대전 -1도, 세종 -2도, 광주 1도, 대구 0도, 울산 1도, 부산 2도, 제주 4도로 예보됐다. 강추위는 27일 아침까지 이어지다 낮부터 차차 누그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