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12.22.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혐의 공판 |
| 윤석열 "국회 마당에 있던 특전사 대원들이 민간인들한테 멱살잡히고 폭행당하는 화면 혹시 보신 적 있으십니까?" 박안수 "시점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그런 이슈가 돼서 (알게 됐고) 그 시점에선 잘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그러고 끝날 때 거기 있던 민간인들한테 공손하게 인사하고 빠져나가는 것도 보셨죠?" 박안수 "군인들은 (국민에)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그런 모습을 봤을 때 국회 경내에 들어간 소수의 특전사 군인들이 민간인이나 누구를 억압하러 들어간 게 아니라 경비와 질서 확보를 위해 갔다가 민간인이 막 총 뺏으려 하고 멱살 잡고 그러니 그냥 당해주고 나온 거죠? 그걸 보면 군의 임무가 뭐였는지가 저절로 드러나는 것 아닙니까?" |
한동안 자신의 재판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마이크 잡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전직 검사 출신으로 재판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답게 그는 증인신문을 빙자해 자신의 입장을 장황하게 말하고, 때로는 "재판장님!"을 외치며 특검을 나무라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피고인의 무대인 형사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주인공 역할에 여념이 없다. 법정에 그를 보러 온 팬들은 엄숙한 분위기를 깨고 때로 웃음과 하트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심판의 날. 그는 골수팬만이 아니라 재판부와 국민까지 설득해낼 수 있을까.
尹 "민간인에 군인이 당하고 나왔다" 궤변 계속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에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증인신문 과정에 여러 차례 직접 나섰다. 박 전 총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계엄사령관을 맡겼던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의 질문은 대체로 길었고, 박 전 총장이 한마디 답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폭주'에 대한 경고 목적이었고, 국회에 투입된 군과 경찰의 임무는 단순 질서유지였다는 주장을 반복하기 위해 그는 박 전 총장과의 증인신문 시간을 이용했다.
| ▶ 2025.12.22.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혐의 공판 |
| 윤석열 "아까 증인께서 계엄사령관으로서 포고령 내려갔으니까 유관기관에 통보를 해줬다 그랬잖아요. 유관기관은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경찰이 1번 아니에요?" 박안수 "제일 먼저 경찰에 협조를…." 윤석열 "그렇죠! 어차피 경찰이 밖에 와서 지원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박안수 "당연히 계엄령 선포되면 1번이 군하고 경찰…." 윤석열 "그렇죠. 계엄 하면 군하고 경찰 아닙니까! 유관기관이니까 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거죠!" |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등을 명시한 포고령 1호가 선포된 후 박 전 총장은 윤 전 대통령 지시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를 계엄 '유관기관'에 대한 단순한 통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질문같지 않은 장광설은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총장을 민망하게 하기도 했다.
| ▶ 2025.12.22.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혐의 공판 |
| 윤석열 "증인은 계엄사령관 취임했다가 이거 뭐 한 2~3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돼버리니까 아무 일도 못하고 그냥 끝났지만, 사실은 이 계엄이 지속되고 이게 만약 친위쿠데타나 내란이라고 하면은 국회에서 계엄해제 하란다고 하겠어요 그쵸? 계엄이 지속된다고 하면 계엄사령관은 핵심적인 자리 아닙니까? …(중략) … 믿기 어려운 사람을 계엄사령관으로, 믿기 어렵다고 방첩사령관이 적어놓은 그 사람이 계엄사령관이 됐다면 앞뒤가 안맞는 얘기 아닙니까?" 박안수 "저는 군생활하거나 주변으로부터 그런 평가를 안받아봐서 좀 당황스러운…." |
장기간의 계엄을 노렸다면, 계엄사령관을 더 확실한 '자기 사람'으로 앉혔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계엄사령관만 빼고 실제 계엄의 실무를 수행할 방첩사령관(여인형)과 특전사령관(곽종근), 수방사령관(이진우)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관저 등으로 불러 '비상한 조치'를 논의해 왔다.
"계엄은 야당 탓"…재소환된 인지전에 '통닭 예산'까지
내란특검이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한 과정 중 하나로 지목한 신원식 전 국방장관 교체에 대해서도 그는 혼자 말을 이어갔다. 형식은 박 전 총장에게 하는 질문이었지만 그가 아닌 다른 누가 증인석에 앉아 있었어도 다르지 않았을 듯한 독백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전한 북한의 전력 확인을 위해 모니터단을 파견하려 했지만, 당시 야당이 반대하며 신 전 장관 탄핵까지 거론하자 이를 막기 위해 탄핵이 되지 않는 안보실장으로 보직을 바꿨다는 것이다. 반면 특검은 신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언질을 듣고 반대하자 경질한 것으로 판단했다. 새 국방장관에 계엄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당시 경호실장을 임명한 것도 의도적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야당이 정상적 안보활동을 방해했고, 계엄의 명분이 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나왔던 부정선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전쟁, 인지전 관련 언급도 반복했다.
| ▶ 2025.12.22.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혐의 공판 |
| 윤석열 "하이브리드전이라든가 중국에서는 초한전이라는 말로 쓰고 있는데, 이게 지금 총칼로 국경선 지키는 게 다가 아니지 않습니까. 내부가 무너져버리면 끝나는거잖아요. 아까 조지아처럼.(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사례 언급) 그런데 이게 거대 야당이 국회 의석수를 가지고 이런 거 국익을 위해서 도대체 우리 안보를 위해서 이런거 한다는 거를 탄핵하겠다고 밀어붙이는 …." |
앞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부정선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전 위협에 대해 증인신문 시간을 할애했다. 검찰 측이 제지에 나서자 변호인은 "특검에서는 인지전에 대비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요?"라고 조롱하며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청석에선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예산 삭감도 계엄의 사유로 들었다. "주임원사 활동비도, 소대 사병들 관리하는데 하다못해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주려고 하면 꼭 필요한 돈인데 어떻게 이런 것만 딱딱 골라서 자르나 몰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계엄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군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는 주장이지만, 정작 계엄 이후 군은 직·간접 연루자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조치와 징계 등이 1년째 이어지며 내홍을 겪고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증인으로 출석한 군장성들 재판에선 검사가 피고인 신문 내용에 가까운 증인신문을 계속한다며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 ▶ 2025.12.18. 곽종근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 |
| 윤석열 "재판장님! 저를 증인으로 신청한 쪽이 양쪽입니까?" 재판장 "여인형 피고인 측 변호인이 신청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인 신청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이 신청한 건 아닙니까?" 재판장 "아닙니다." |
증인을 신청한 주신문자가 아닌 검사의 질문이 길어지는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기 위해 전직 검사인 그가 의도적으로 한 질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증언대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해놓고, 상당 분량의 진술을 남겼다. 야당의 폭거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반복된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이 법정의 주인공으로 분량을 확보 받을 시간은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체포방해·국무위원 직권남용 혐의 관련 공판은 26일 결심 공판이 열리고 내년 1월 16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본류인 내란우두머리혐의 1심도 내년 2월 내 선고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