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의 빅테크 규제 입법을 주도한 유럽연합(EU) 전 고위직 등 5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티에리 브르통 전 EU 내수담당 집행위원과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 명단에 올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들은 미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검열하고,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등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브르통 전 집행위원은 지난 2022년 EU가 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주도했다.
미국의 빅테크를 겨냥한 이 법은 플랫폼 기업이 온라인상의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 허위 정보 등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EU의 빅테크 규제가 비관세 무역장벽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브르통 전 위원 외에 독일의 온라인 혐오 피해자 지원단체 '헤이트에이드'를 이끄는 안나레나 폰 호덴베르크와 조세핀 발롱, 영국의 가짜뉴스 감시기관 GDI 설립자 클레어 멜퍼드, 디지털혐오대책센터(CCDH)의 CEO 임란 아메드의 입국도 금지했다.
EU는 이번 조치에 반발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은 엑스에 "전임자인 티에리 브르통은 2019년 유권자에게 부여받은 권한에 충실하게 유럽의 공동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며 "어떠한 제재도 유럽 시민의 주권을 침묵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브르통 전 집행위원도 엑스에 "DSA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럽 의회의 90%와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라며 "매카시즘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